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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레스미 Jan 01. 2025

마침표

드디어?
마침내?
결국은?




마지막 장 마지막 날에 걸리었다.




내가 뭘 했지..?
뭘 했더라...




번뜩 떠오르는 게 많지 않아
별거 없이 지나온 거 같은데
진짜 그런가 싶어
찬찬히 뒷걸음질 쳐서
첫 장으로 돌아가 본다.




2023년 12월
내 우울증은 최고조였다.




할 일 없고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자가 진단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뭐라도 해야 했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뿐이기에
매일 청승맞게
울고 있기만 할 순 없었다.




이력서를 작성해서
내 사랑 Homegood에 제출했고
클스가 지나서 출근하게 됐었지.




매일같이
새로운 물건이 쏟아지는 곳이라
여기서 살고 싶다 하던 나에겐
그곳에서 일해보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8년이라는 승무원 생활 동안
큰 업무 강도로 인해
오른쪽 팔꿈치가 좋지 못하다




그로 인해
6개월 밖에 하진 못했지만
너무나도 소중하고
감사한 동료들을 만났기에
내 인생에 손꼽히는
잘한 일이 되었다.




봄에는
학교 track 팀에 들어간 아이와
배구하는 아이를 쫓아다니며
경기장 죽순이로 살았었지.




5월
아이들의 미들 졸업식이 있었고
방학에 돌입함과 동시에
이사 준비가 시작되었다.




한국과 같은
그런 이사 문화가 아니기에
가구에서 숟가락 하나까지
싸고 옮기고 푸르는 건
전부 우리의 몫이었다.




물론
돈을 주면 사람을 살 수 있다
근데 그 돈이
보통 돈이 아니거니와
일꾼들도 할많하않의 수준.




6월쯤 이사를 마치고
 새 집에 안착했다.




집 안 밖을 꾸미고
정리하는 그 와중에도
여름휴가를 챙겨가며 시간을 보내다
 8월쯤
내가 분노의 화신이 돼 버렸지.



 
그 대상이 누구냐고?




나.




나처럼
타지 생활을 시작하게 된
친한 동기가
블로그와 브런치를 시작했다고
알려왔다.




그곳의 생활을
하나하나 담기 위해서라 했는데
그럼 난 여태 뭐 한 거지?




두 번째 하는 미국 생활이다.
심지어 5년이 돼가는 해였고.




글로 남길 일들이
차고 넘치는 생활이었는데
난 그걸 다 버린 거네?
와... 나 뭐 한 거냐.. 여태..




그 귀한 시간과 일상들을
 다 흘려보냈다는 게
얼마나 아깝고 한심하던지
한숨이 끊임없이 나오고
화병이 나서 잠을 못 잘 정도.




지금도 그렇지만
유튜브를 개설하는 게 유행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건 못하겠더라
따라쟁이 같지만
나도 글로 가보자 싶었다.




블로그 개설 2주 후
브런치까지 연달아 도전해서
일상을 남기고 있다.




아!
골칫덩어리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린
한국 오피스텔도
드디어 매도에 성공했더랬지.




어후~~~~
속 시원하다 속 시원해!!
이게 젤 속이 시원한 일이었네!!




이제
우리 살던 아파트를
 파는 일만 남았으니
마음이 한 결 가볍다 못해 깃털이다.




9월에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하는
한국어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리저리
머리 굴리고 손 품 팔아
찾아낸 곳에서
오랜 시간 준비한
수업을 하게 된다는 그 기쁨에
내 마음은 풍선을 단 듯
둥둥 떠다녔었지




10월에는
 미국 영주권을 취득했다.
이로써
이제는 더 이상
떠돌이가 아닌 정착하는 삶을
시작하게 된 거다.  




핸드폰 속
사진첩을 들여다보니
크고 작은 일들이
2024년을
 알차고 풍성하게
채우고 있었구나 싶다.




부지런히 산 거 같아서
뿌듯했고
그 많은 일들이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잘 흘러왔구나 싶어
안도의 한숨이었다.




돌이켜 보니
큼지막한 일들이 참 많았던 해였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엄두가 안 나는 숙제들을
순탄히 끝마친 거 같은 기분이다.




덤으로
 글쓰기를 통해
나 스스로가
아주 조금은 달라진 거 같아
기쁘다.




 글을 쓰면서
모난 부분이 조금은 깎인 기분이고
거친 내면이
사포질로 부드러워진 기분이다.




한국은 이제
2025년 1월 1일로 넘어간 시간이네.
나만 아직 한 살 어리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제 봐라.




와 1월이다,
 새 해다,
 올해 어떻게 살지 하면서
얼렁뚱땅하다 보면 3월이다.




3월 됐지?




어머 봄이야,
꽃 피는 것 좀 봐하다 보면
5월이야.





5월에
카네이션 들고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이제 여름.




덥다,
 방학이다,
휴가는 얼루 가냐 마냐 하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이제 긴 옷 꺼낸다고.




단풍이네, 낙엽이네 하다가  
춥다, 눈 온다, 크리스마스다
어??끝이네?! 하는 거야.




금방이다 금방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가는지
이러다 교통사고 나겠다.




그럴수록
호들갑 주의보를 발령하고
내일을 맞이한다.



 
12월 31일 다음날이니까
1월 1일인 거야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면
나만
 그 부담감에 나가떨어지는 법이니
그냥 오늘의 연장선이라 할란다.




다만
새로운 시간,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거니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통보다는
후회됐던 부분 보충하면서
하던 거 이어서 하기
하던 거 다양화하기
하던 거 심화하기




이제 몇 시간이 지나면
2024라는 숫자와는 이별이다.




덕분에
행복했고
 빛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어




수고했고 고마웠다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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