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첫 장의 설렘

by 블레스미

1월 2일.




지난 2주간
요일을 모르고 지냈다.




날짜별로 일정이 있었기에
오늘이 며칠인지
숫자는 칼같이 알았지만
요일은 모른 채
1월을 맞았다.




목요일이랜다.




연휴 전엔
요일만 알고
도대체 며칠인지를 모르겠더니
이상하게 거꾸로가 됐다.




새해가 됐다는 것보다,
내가
한 살 더 먹는다는 것보다
더 놀랬던 건




벌써
한 주의 끝이라는 거였다.




새로 시작하는 1월이니까
1월 2일이면
뭔가 화요일의 느낌이어야 하는데
주말을 앞두었다니
아직
2024년 12월 말일에 처해진 기분이다.




직장을 안 다녀서 그런 건가?
2주 동안 4인 1조여서 그런 건가?




어제
신년 떡국을
배부르게 먹고 나서
큰아이는
학교 과제를 시작하더라.
방학의 막바지 다운 모습이었다.
바쁜 아이의 모습이 반갑기까지.




둘째는 서점을 가자 하는데
꼼짝도 하기 싫었다.




ㅇㅇ아,
새해 첫날은
밖에 돌아다니는 거 아냐
부정 탄댔어~




미뤄 봤자 하루.
내일은 꼭 가자는 협상 완료다.




오늘
남편은 새해 첫 출근을 했다.




애들도 데리고
같이 출근하면 안 되겠느냐
진심을 담은 농담을 했지만
그래도
한 명이라도 나가는 게 어디냐.
어서 가시오 어서.




아이와 서점에 와 있다.

Barnes & Noble


한국어도 한 켠에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갖고 싶다 하는 걸
원하는 대로 사준 적이 없다.




그래도
책은 원하는 대로 사주마 했기에
서점에 가는 걸
즐거워하는 아이들이고
틈나면
책을 읽어대는 아이들이다.




물론
작년에 핸드폰을 처음 갖게 되면서
조금 무너지긴 했지.




아이는 일기장을 샀고

매년 쓰고 있던 플래너를
2025년 것으로 골랐다.




내가 고르는 기준은




달력으로
한 달 한 달 나눠져 있을 것.
잡다하게
메모할 공간이 넉넉히 있을 것.
그 공간에는
밑줄이 쳐져 있을 것.




당연한 거 아니냐고?
다 그렇게 생긴 거 아니냐고?




어. 아니더라




아니다 못해
저런 걸 찾기가 힘들더라.




주간 형식으로
구성되는 게 대부분이고
일정 외에
끄적일만한 메모장이
거의 없다.




아니 왜 이렇게 만드는 거야??
이걸 어따 써?????




그리고
특이한 건
플래너 속 달력도
구성이 다르다.




전년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의
달력이 담겨있다.




즉,
달력의 첫 시작은 1월이 아니다.


학사일정에 맞춘 구성인가?
학생들만 쓰는게 아닌데..?




응???????




처음엔
잘못 만들어졌나 싶어서
거기에 있는 전부를
들여다봤더랬지.




다행히
선택권은 있더라




바로
17 또는 18개월 구성으로 이뤄지는
플래너다.




전년도의 8월이 첫 장이고
9, 10, 11, 12월 다음에
올해의 12개 달이 이어지는 형식.




차~~ 암 특이해~~




그렇기 때문에
플래너들은 7월에 가장 비싸고
1월엔 세일가로 살 수 있다.




끼워진 1/3을
못 쓰는 시점이니
떨이 개념인 거지.




댓츠 와이
내가 한국 개념으로
1월에 새 플래너를 사는 이유다.

한 해 열두 달은

문제없이

쓸 수 있으니 말이다.





오늘도
싸게 자알 건졌다.




Barnes & Noble
이 서점이 좋은 이유는
스벅이 함께 있다는 거.


아이들이
책을 고르고 구경하는 시간이
까막눈인 나에게는
너무 길게 느껴진다는 게
애로사항인데
이리 감사할 수가 없다.




로또를 사면
그 일주일이
설렘으로 가득해서
행복하다지?




그렇다면
지금 내 기분은
일 년짜리 로또를
샀다고 해야 할까??




이 한 권에
무엇이 어떻게 얼마만큼 적힐지
설레고 흥분되고 기대되는 지금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5. 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