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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Oct 05. 2022

<26>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다

-밀란 쿤데라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밀란 쿤데라(1929~ )=체코 출신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 반정부 활동을 전개하다 프랑스로 망명. 저서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등 다수.


 

노벨 문학상 단골 후보인 밀란 쿤데라. 그의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단 한 번뿐인 우리네 인생에서 사랑과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해주는 소설이다.


외과 의사인 토마시는 삶의 무게와 획일성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자유를 추구한다. 수없이 많은 여성들과 애정 행각을 벌이는 특급 바람둥이다. 호텔 종업원 출신인 그의 아내 테레사는 매사 진지한 자세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이다.


삶의 태도가 한없이 가벼운 남편과 한없이 무거운 아내의 관계가 순탄할 리 없다. 서로 사랑은 하면서도 가벼움과 무거움 사이의 균형점을 좀체 찾지 못한다. 테레사는 행여 사랑이 깨질까 불안에 떨고 급기야 자살 충동까지 겪게 된다. 행복한 부부와는 거리가 멀다.


첫머리에 소개한 글은 작가의 통찰이 빛나는 진단이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누구나 원형을 도는 시간을 보내면 행복을 쉽게 구할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더 크고 더 아름다운 것을 찾고자 직선으로 나아가기에 행복을 붙잡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토마시와 테레사는 권력의 통제를 피해 시골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사랑의 균형을 만나게 된다. 시간의 영원회귀가 작동하는 목가적인 생활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부부는 어이없는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만다.


작가는 이들 부부보다 그들이 키우는 개 카레닌이 더 행복하다고 말한다. 개는 반복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란다. 카레닌은 매일 아침 똑같은 종류의 크루아상을 줘도 마냥 행복해한다.  


사람은 개가 아니기에 원형을 뱅뱅 돌며 살 수는 없다. 더 풍성한 성공과 행복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고 싶을 때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가끔은 멈추고서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며 즐길 줄 아는 것도 중요한 인생 지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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