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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11. 2023

<18> 목숨 건 용기라면 이길 확률
언제나 100%다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이순신(조선시대 명장)의 좌우명



1597년 10월 25일(음력 9월 15일) 전라도 해남 땅 전라우수영 안마당. 진도와 경계를 이루는 좁은 바다 울돌목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불과 2개월 전 경남 거제 칠천량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둔 일본 수군이 곧 이곳으로 들이닥칠 것으로 예상돼 장수들이 비장한 각오를 다지는 자리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는다(필사즉생, 필생즉사)고 했다.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도 두렵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오늘의 우리를 두고 이른 말이다. 그대들 장수들은 살려는 마음을 가지지 말라. 조금이라도 군령을 어긴다면 즉각 군법으로 다스릴 것이다.”


당시 이순신의 처참한 심경을 상상해 보자. 조정의 탄핵을 받아 백의종군하던 중에 사랑하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슬픔 추스를 겨를도 없이 전쟁터로 향했으나, 원균이 지휘한 칠천량 전투에서 조선 수군이 궤멸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에게 주어진 전선은 12척이 전부였다. 일본 수군이 서해로 진출하기 위해 해남 앞바다로 지나갈 것이란 첩보를 입수하고 전투를 준비하던 중에 경상우수사 배설이 탈영하고 만다. 군의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태다.


이런 전력으로 330척의 대 군단을 갖춘 일본 수군을 어떻게 물리친단 말인가? 이순신이 빼든 것은 결사항전. 패잔병 집합체나 다름없는 장수들에게 자신의 좌우명을 내세웠다. ‘필사즉생 필생즉사.’ 군무에 발들인 이후 크고 작은 전투에 나설 때마다 가슴에 새겼던 경구다. 중국 ‘오자병법’에 나오는 ‘필사즉생 행생즉사 (必死則生 幸生則死)’를 조금 변형한 문구다.


다음날 아침 예상대로 일본 수군이 대거 몰려왔고, 이순신은 서슴없이 최전방에 섰다. 사생결단의 용맹을 발휘했다. 대패를 예상하며 결전을 주저하던 다른 장수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조선군 완승이었다. 수륙병진전략으로 서울을 다시 함락하려던 일본의 꿈이 좌절되는 순간이다.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명량해전이다.


명량해전은 이순신이 ‘필사즉생 필생즉사’의 정신으로 임하지 않았다면 절대 이길 수 없는 전쟁이다. 바다 지형을 이용한 전략이 기묘했다지만 객관적 전력이 워낙 열세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순신은 모든 전쟁에서 배수의 진을 치면 얼마든지 이길 수 있음을 명료하게 보여줬다.


이런 정신은 전쟁터에서만 유효한 게 아니다. 세상 살다 보면 누구나 실패가 뻔해 보이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학습량이 부족해 원하는 대학시험 합격이 전혀 불가능해 보일 때, 월초 영업 실적이 저조해 월말 목표 달성이 전혀 불가능해 보일 때,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회사 부도가 불가피해 보일 때, 절망하고 포기해 버리면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분골쇄신의 자세로 전력을 다하는 사람에게 안 되는 일이란 없다. 죽을 용기를 갖고 일로매진 하는 사람을 누가 가로막을 것인가. 불가능을 상상조차 하지 않고 살다 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한껏 용기를 준다.


“포기하지 않으면 이길 확률은 언제나 10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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