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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12. 2023

<19> 고슴도치에게 ‘심리적 거리’를 배워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

-샤를 드골(프랑스 전 대통령)의 좌우명



심리학에 ‘고슴도치 딜레마’란 용어가 있다.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와 가급적 가까이해야 할지,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할지 고민하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독일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의 저서에 나오는 고슴도치 우화가 발단이 되었다.


추운 겨울, 고슴도치 몇 마리가 온기를 찾아 몸을 바짝 붙였다. 하지만 긴 가시가 서로 찌르는 바람에 떨어질 필요가 있었다. 고슴도치들은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결국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적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가시가 비교적 짧은 머리 부분만 맞대기도 했다.


이에 착안해 심리학자들은 좋은 인간관계를 만들기 위해 심리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게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일찌감치 깨닫고 현실에 잘 활용한 사람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대통령을 맡아 ‘강한 프랑스’를 건설하는데 기여한 샤를 드골(1890~1970). 그의 좌우명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자’였다. 군인 출신으로 장관과 총리를 거쳐 대통령까지 지냈으니 사람을 얼마나 많이 만났겠는가? 하지만 그는 절제된 인간관계를 중시했다. 


드골은 “하인의 눈에는 영웅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의 본모습을 파악하려면 일정 부분 심리적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미로 들린다. 그는 누군가를 밉다고 특별히 멀리하거나 좋다고 한없이 가까이하는 것을 경계했다. 10년 동안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2년 이상 함께 일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한다. 


드골의 이런 인사 정책은 실세 측근들의 권력형 부정부패를 막고 새롭게 충원되는 인재들로부터 참신한 정책 아이디어를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정치적 반대파를 끌어안는데도 도움이 됐다. 드골은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여자관계도 비교적 깨끗했다. 그가 국민들로부터 전후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된 이유라고 해야겠다.


인간관계에서 ‘거리’는 참 중요하다.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부부관계, 연인관계, 부모자녀관계, 형제자매관계, 친구관계에서 친밀감은 당연히 클수록 좋다. 냉랭하기보다 따뜻해야 행복하다. 다정한 눈길, 배려하는 마음은 관계 강화에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지나친 친밀감으로 인해 상처를 주거나 받는 바람에 관계가 삐걱거리는 경우를 자주 본다. 친하다는 이유로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큰 기대를 했다가 실망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같은 방 쓰는 부부 사이에, 혈육 나눈 부모자녀 사이에도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런 불행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예의 지키기이다. 어쩌면 예의범절은 이 목적으로 생겼는지도 모른다. 서로 사랑하되 예의 지키며 존중하면 불화가 생길 리 없다. 두 소나무가 함께 높이 자라려면 반드시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친한 사람에게 관심을 갖되 지나치게 간섭하면 안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친구나 직장동료, 솔직히 등 돌리면 남남이다. 금방이라도 남이 될 수 있음을 알고 미리 예의만큼은 심리적 거리를 두는 것이 좋겠다. 고슴도치에게 거리의 중요성을 배워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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