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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Aug 20. 2023

<25> 함께 가는 사람이 이긴다

알면 사랑한다

-최재천(생물학자)의 좌우명



타잔을 유달리 좋아했던 소년이 생물학 교수가 되어 파나마에서 연구할 때의 일이다. 그곳 열대연구소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다들 무섭다며 가까이하길 꺼리는 전갈 한 놈이 다가오길래 고깃덩어리를 하나 던져주었다. 그랬더니 전갈은 매일 찾아왔고 어떤 날은 새끼들까지 데리고 와서 함께 먹곤 했다.


한 번은 미국에서 온 여학생이 이 모습을 보고 기겁을 했다. 비명을 지르면서 “동양 놈이어서 식사 예절이 없다”라고 욕까지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교수가 식당에 갔더니 그 여학생이 바닥에 배를 깔고 자그마한 꼬챙이를 들고 전갈을 관찰하고 있는 게 아닌가. 교수더러 신기하다며 제발 좀 보라고 채근했다. “교수님, 전갈이 너무너무 신기해요. 이 녀석이 사람처럼 새끼를 등에 업고 있어요. 모성애가 지극해 보여요. 정말 사랑스러워요.”


서울대와 이화여대 교수, 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생물학자 최재천(1954~ )이 경험한 이야기다. 그는 우리가 각종 생명체에 대해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두려워하거나 미워한다는 사실을 이때 퍼뜩 깨달았다고 한다. 어떤 생명체든 진면목을 알게 되면 얼마든지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가 ‘알면 사랑한다’를 좌우명으로 삼은 것은 이 무렵이다.


최재천은 앎의 다음 단계는 공감과 공생이라고 규정한다. 그가 인간의 학명을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us), 즉 ‘공생하는 인간’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누구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손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연계에서 이 진리를 터득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자연계 생물들에게 경쟁은 피할 수 없지만 무조건 남을 제거하는 것이 경쟁에서 이기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자연계를 보면, 전면적인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생물보다 일찌감치 더불어 사는 지혜를 터득한 생물이 우리 곁에 훨씬 더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주목하라고 말한다.


현재 지구 생태계에서 생물 중량이 으뜸인 것은 단연 식물이다.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 말이다. 또 개체 수 면에서 가장 성공한 생물 집단은 단연 곤충이다. 그런데 식물과 곤충은 철저히 공생하는 생물이다. 곤충은 다른 곳으로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을 위해 꽃가루를 대신 날라주고, 그 대가로 식물로부터 꿀을 얻는다.


인간관계도 자연계와 다르지 않다. 최재천은 앎을 통해 사랑을 표현하고, 사랑을 통해 더불어 사는 방법을 터득하면 누구나 이길 수 있다는 진리를 전해준다. 우리가 이 진리를 안다면 무한경쟁에 마냥 매몰되어 허덕일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요즘 과학이나 의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보면 다수가 ‘공동 수상’이다. 혼자서는 세계 최고가 되기 어렵다는 얘기다. 국적과 상관없이 공동으로 연구해야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이것이 공존, 그리고 공생의 힘이다.


주변을 살펴보자. 왠지 낯설고 서먹하게 느껴지는 사람, 자꾸 미운 마음이 생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의 본모습이 뭔지를 알아보라. 세상에 바탕부터 나쁜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나 사귈만한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사랑의 감정을 갖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해 보자. 


함께 가는 사람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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