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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뇌가 고장 난 아이'가 뇌
전문가가 되다

-사고로 뇌를 다쳐 학업에 큰 어려움을 겪던 소년, 짐 퀵

by 물처럼

*짐 퀵(1973~ )= 미국 출신의 세계적 두뇌 전문가. 기억력 향상, 두뇌 건강, 가속학습 분야의 최고 권위자. 베스트셀러 ‘마지막 몰입’ 저자.



짐 퀵의 책 ‘마지막 몰입’은 2021년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베스트셀러 1위가 돼 화제를 모았다. 포브스의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가 하면, 아마존에서 자기 계발서 분야 판매 45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책은 지금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한 마디로 말하면 각자 가진 엄청난 잠재력과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강인함, 지능, 집중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비법을 전해준다. 그 비법을 장착하고 자신감과 끈질김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는 특히 마인드셋(Mindset) 동기(Motivation) 방법(Method) 등 세 가지 영역으로 잠재력을 활용하면 멈추지 않는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퀵은 30년 가까이 정상급 CEO, 배우, 운동선수 등 성공한 사람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낸 세계적 브레인 코치다. 또한 미국에서 ‘최고의 강연자’로 불린다. 백악관, 유엔, 실리콘벨리, 구글, 하버드대학교 등 유수 기관단체로부터 초청받아 강연하고 있다. 연간 20만 명 이상의 청중을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셈이다. 직접 운영하는 팟캐스트 ‘퀵 브레인’과 아카데미 기업 ‘퀵 러닝’의 온라인 강좌는 195개국 사람들이 청취하거나 수강 중이다.


누가 봐도 그는 크게 성공한 사람이다. 내세울 만한 학력이나 학위가 없음에도 자기 계발과 기억력 향상, 두뇌 건강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다. 뇌과학자, 심리학자들도 그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어릴 적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것이다. ‘뇌가 고장 난 아이’라 불릴 정도로 학습능력이 떨어지던 아이, 꿈도 자신감도 인내심도 없던 아이가 베스트셀러 작가에다 유명한 사람들을 가르치는 최고 강연자가 되다니….


퀵의 저서 ‘마지막 몰입’(김미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2024)을 통해 그의 어린 시절을 살펴보자. 그는 유치원 다닐 때 사고를 당해 뇌를 크게 다쳤다. 수업도중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는 소리를 듣고는 그걸 구경하기 위해 의자 위에 올라갔는데,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바로 옆 라디에이터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것이다.


활기차고 호기심 많았던 아이가 눈에 띄게 움츠러들고 학습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의가 무척 산만해졌고 기억력도 크게 떨어졌다. 이후 계속 이어진 학교 생활이 원만했을 리 없다. 친구들뿐만 아니라 교사들까지도 그를 열등한 아이로 취급했다.


“어느 날 내가 수업 내용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자 선생님이 답답한 나머지 ‘뇌가 고장 난 아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나를 그렇게 보고 있었다니, 아마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크게 상처받았다.”


고교 시절 친구들의 도움으로 수학은 어느 정도 했지만 영어, 읽기, 외국어, 음악 같은 과목은 엉망이었다. 온갖 어려움에도 지방대학에 겨우 입학할 수는 있었다. 그곳에서 최선을 다해 공부했지만 고교 때보다 더 나쁜 성적을 받고 말았다. 도무지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방황하고 있을 때 친구 아버지가 각종 자기 계발서를 빌려주며 열심히 읽어보라고 했다. 그 책들을 읽느라 어느 날 밤 탈진해 기절을 했고,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또 머리를 다쳤다.


그러나 병원에서 퇴원할 무렵 퀵은 ‘학습 방법의 학습’에 눈을 뜨게 된다.


자기처럼 학습 능력에 한계가 있는 사람이 열심히 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나의 진짜 문제는 뭐였을까? 나는 학습 속도가 느린 사람임을 알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 수년간 같은 생각만 해왔다. 그동안 배워온 대로 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저 더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나은 학습 방법을 나 자신에게 가르칠 수는 없을까?”


친구 아버지가 빌려준 책은 물론 성인학습이론, 다중지능이론, 뇌과학, 자기 계발, 교육심리학, 속독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었다. 인쇄기나 컴퓨터 같은 외부 저장 장치가 존재하기 이전에는 어떻게 지식을 전수했는지 알아보는가 하면, 고대 기억술 관련 책도 찾아 읽었다.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기 주도적 학습에 몰두한 지 두어 달 만에 머릿속 스위치가 반짝하고 켜졌다. 우선 집중력이 향상됐다. 쉽게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고, 오래 집중하면서 새로운 개념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몇 주 전에 공부했던 정보도 별 어려움 없이 기억할 수 있었다.”


그의 연구는 계속되었고, 오래지 않아 자타가 인정하는 두뇌 트레이너로 성장했다. 어느덧 뇌를 업그레이드하는 세계 최고의 전문가가 되었다. 지금도 학습능력 향상을 위한 방안을 끊임없이 개발 중이다. 연구의 핵심은 몰입, 혹은 집중하는 능력이다. 평소 그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지식이 힘이라면 학습은 초능력이다. 우리의 학습 능력은 무한하다. 그 능력을 활용할 방법만 알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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