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아의 원인 제공자는 모두 부모. 자녀에게 자유를 주라
*세상에서 부모가 되는 일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오프라 윈프리)
*여러분의 자녀는 여러분의 것이 아니다. 여러분은 그들에게 사랑을 줄 수는 있지만 생각을 강요할 수는 없다.(칼릴 지브란)
*자식을 불행하게 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언제나 무엇이든지 손에 넣을 수 있게 해 주는 일이다.(장 자크 루소)
*자녀 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넓히는 게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다.(레프 톨스토이)
*젊은이를 타락으로 이끄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 대신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이를 존경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프리드리히 니체)
“(나는 교직 생활) 41년 동안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를 본 일이 없다. 그런데 학교생활 속에서 고민하고 당황해하며 방황하는 아이들의 원인이 부모가 아닌 경우 또한 본 일이 없다. ‘문제아’라 불리는 아이들의 원인 제공자가 부모 아닌 경우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적어도 학교에는 문제아가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
경남 거창고 교장과 (정부)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전성은의 저서 ‘왜 부모는 자녀를 불행하게 만드는가’의 서문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언젠가 이 구절을 읽고 원로 교육자의 피맺힌 절규를 듣는 느낌이었다. ‘이 세상 부모들이여 당신 자녀들을 제발 좀 자유롭게 놓아주시오’라는 호소를 접하는 듯했다.
책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전성은은 자녀를 불행하게 하는 사람은 대부분 부모라고 단정한다. 부모가 자녀를 행복하게 만들기는커녕 불행하게 하다니. 잘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은 교육 현장의 구체적인 사례를 근거로 한 것이어서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우리 주변에는 마음으로, 경제적으로 자녀를 한없이 사랑하고 지원하는 만큼 일상생활이나 진로를 결정할 때 일정 부분 강요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부모가 적지 않다. 그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부모들이 아직도 자녀를 마치 자기 소유물인 것처럼 여기고, 다루기 때문이다.
큰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부모는 부모, 자녀는 자녀일 따름이다. 흔히 자녀를 자기 분신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잘 되지 않는 걸 보면 결코 분신이 아니다. 별도의 독립된 인격체임에 분명하다. 이는 모든 교육학자들이 동의하는 주제다.
자녀가 자기 소유물이란 생각은 자녀에 대한 속박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나쁜 것이다. 이는 자녀가 인생의 주체적인 삶을 준비하는 데 부모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시작점이다.
‘100세 철학자’ 김형석은 자녀에게 자유를 주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자녀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어야 자신의 삶을 헤쳐나갈 정신적 근육을 키울 수 있다.” 그는 자녀의 사춘기가 지나면 부모는 함께 걷던 손을 놓고 뒤따라 가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더 큰 자유를 주라는 뜻 아닐까.
자녀에게 자유를 주는 게 중요한 이유는 그래야 부모의 욕심을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 중에는 자신이 못다 이룬 꿈을 자녀를 통해 실현하려는 사람이 많다. 자녀의 세속적 성공을 통해 자신의 행복을 꾸미려는 사람 또한 적지 않다. 자녀의 의지나 인생 목표와 무관하게 이를 부추기는 것은 부모의 이기적 욕심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다. 어떤 교육학자는 “자녀는 방목하는 게 가장 좋다”라고 말하고, 어떤 교육자는 “자녀의 인생을 절대 부모가 디자인하지 말라”라고 조언한다. 둘 다 부모가 아닌 자녀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가르침 아닐까 싶다.
부모가 건설적인 조언을 넘어 지나치게 간섭하다 보면 자녀는 서서히 불행의 늪으로 빠져들게 된다. 자녀 행복을 위해 부모가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일까. 솔직히 나도 자신이 없지만 그것이 정도(正道) 임은 분명하지 싶다.
“움켜쥔 것을 놓아라. 떨어지는 씨앗들만이 자라리라.”(엘리스 호웰) “내 재산이다, 내 자식이다 하면서 어리석은 사람은 괴로워한다. 제 몸도 자기 것이 아닌데 어찌 재산과 자식이 자기 것이란 말인가.(법구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