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이제는 ‘땅’으로 말할 때입니다
지금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신입생 충원율이 떨어지고, 정부 재정지원은 제한적이며 온라인 교육의 상향 평준화로 기존 경쟁력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생존 전략은 많지 않습니다.
학생 모집과 정부 지원 외에 대안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해답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학법인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 즉 수익용 기본재산의 전략적 활용입니다.
2020년 기준, 한국 사립대학 수익용 기본재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2.9%에 이릅니다. 하지만 많은 대학이 그 부동산 자산을 단지 ‘보유’하는 데 그치고 있습니다. 실제로 법정 기준을 간신히 맞추고 있는 곳도 많고, 구체적인 활용 전략이나 수익화 방안 없이 현상 유지에만 의존하는 곳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는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교육 외 수익’이 대학 경영의 중요한 축이 되는 시대입니다. 대형 병원들이 의료 외 수익으로 주차장, 장례식장을 활용하듯, 대학도 교육 외 수익의 모델을 진지하게 고민할 시점입니다. 해외 대학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부동산 자산을 교육·연구 사명을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관리해 왔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립대학의 부동산 개발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기존 부지에 인접 부지를 더해 주상복합, 시니어타운 등을 개발하는 방식입니다. 건국대의 ‘스타시티’는 이 전략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건국대는 2003년, 기존 보유 부지에 인접 부지를 추가 매입해 주상복합시설 및 시니어 레지던스를 건설했습니다. 그 결과, 2003년 약 2,448억 원이던 수익용 기본재산은 2019년 8,720억 원, 2022년에는 무려 1조 1,745억 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지금도 전국 사립대 중 수익용 기본재산 규모 1위입니다. 스타시티는 단순한 임대사업이 아니라, 도시 개발과 수익 창출, 캠퍼스 브랜드 가치 제고를 동시에 이뤄낸 전략 모델로 평가됩니다.
기준 이상으로 보유한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해 개발하는 방식입니다. 이화여대는 학교 운동장을 주차장과 복합 소비 공간으로 전환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이 방식은 과거에는 허들이 높았지만, 최근 교육부가 ‘기본재산 관리지침’을 완화하면서 현실적인 추진이 가능해졌습니다. 이제는 운동장, 유휴공간 등도 교육 목적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수익용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것입니다.
저수익 유휴재산을 매각하고, 고수익 자산으로 대체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서울감리교신학대학은 경기 일대에 산재한 토지를 매각한 뒤, 서울 강남에 신축 건물을 지어 수익을 극대화했습니다. 이 전략은 특히 지방에 유휴 토지를 보유한 대학에게 적합하며, 부동산 수익률 향상과 함께 대학 브랜드 재구축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성급한 개발은 오히려 대학에 큰 재정적 손실을 안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명지대는 캠퍼스 내 실버타운을 개발하려다 약속한 골프장 부지를 확보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렸고, 학교 법인이 파산 위기에 몰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또한 서울감리교신학대학은 학교 구성원과 협의 없이 학교 재산을 매각해 내부 갈등을 초래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투자 타당성 분석
내부 구성원 협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
이 세 가지는 전제로 깔고 시작해야 합니다.
최근 정부는 유휴 교사시설 내 입주 업종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했고, 수익용 건물을 교지 위에 지을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했습니다. 환경은 분명 대학의 수익 다각화를 밀어주고 있습니다. 또한 부동산 개발 경험이 부족한 대학들은 신탁회사나 전문 부동산 개발사에 위탁 운영을 검토해볼 수도 있습니다. 재건축 사례처럼, 신탁방식은 사업 리스크를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대학이 문을 닫으면 지역 인구가 줄고, 상권이 무너지고, 지역 경제도 흔들립니다. 특히 지방대는 지자체와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이제는 대학이 땅을 팔아 생존을 모색하는 시대가 아니라, 땅을 활용해 지역과 함께 살아가는 전략을 고민할 때입니다.
교육이라는 본원적 목적을 지키면서도, 그 기반이 되는 수익구조를 더 튼튼하고 전략적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바로 지금 대학이 해야 할 ‘현실적 개혁’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