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508

예, 그냥 사실상 사귀는 것 같지만 썸 타기를 장황히 말합니다

by 청년 A씨

나는 사랑하는 게 무섭다. 아직도 사람을 만날 준비가 된 게 맞나 의심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있잖아. 너는 내가 그저 뭐가 먹고 싶다고, 그리고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네가 보고 싶다 했다고 한 말로 차까지 빌려 먼 지역에서 나를 보러 왔다. 그러고 싶었다는 네 얼굴을 보던 순간 나는 그전까지 나의 감정이 왜 그랬는지 알았다.


좋아한다는 걸 인정하기가 싫어서 단점을 찾아내려 했다. 일부러 상상 속 얼굴을 구겼고, 실제로 본 얼굴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 그래, 내 마음은 그리 못났다. 그럼에도 다가오는 널, 마음을 안아주려는 널 어떻게 놓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래서 이 마음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제야 날 괴롭히던 악몽이 좀 줄었다. 여전히 밤잠은 설치고 있고, 마음은 불확실하다. 정말 널 안아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이 불안의 뿌리 끝엔 내가 가진 불안이 있는 거라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그 모든 사람을 제치고 나는 널 선택하기로 했다. 네가 나의 미적지근함과 불안 안에서도 나를 찾아내어 손을 잡아준 것처럼. 나도 열심히 내 불안과 직면하고 너를 마주 안아도 부끄럽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열심히 사는 너의 모습을 본받아서.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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