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느긋하게, 설레며 기다릴 수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잘 보이고, 잘 들리는 자리’에 앉아
그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 같은 일이다.
하지만 그 ‘축복’의 자리는
점점 더 얻기 어려워지고 있다.
절망과 희망을 몇 번이나 넘나들던 어느 순간,
나는 ‘잘 보이는 자리’보다
‘잘 들리는 자리’를 먼저 찾기 시작했다.
눈보다 귀.
보기보다 듣기.
움직임보다 울림.
그러자 자연스럽게
만족할 수 있는 좌석이 많아졌다.
‘잘 들리는 자리’는 생각보다 많았고,
티켓팅 전부터 마음을 조이고 긴장하던 나도
조금씩 여유를 품을 수 있게 되었다.
혹여 실패해도 괜찮다.
나에겐 ‘또 하나의 무대’, 영상이 있었으니까.
영상은 그만의 특별함으로
언제든 새로운 감동을 선물해주었다.
내가 선택한 변화는 아니었다.
그러나 점차 치열해지는 피켓팅 덕분에
나도 모르게 여유를 배우고 있었다.
같은 시대에 그와 함께하며,
그의 음악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분명, 흔치 않은 행운이다.
내일도, 다음 달도, 3년 후도
설레며 기다릴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10년 동안 스피커 하나를 기다릴 줄 아는
조금 더 느긋한 클래식 팬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10년 전 영상도 아직까지 우리 앞에 있지 않는가!
(이 영상도 과장 없이 100번은 넘게 본 것 같다.)
[금호영재] R.Schumann Variations on the Name Abegg in F Major, Op.1 / 15.10.03 신승민 & 임윤찬 피아노 연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