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은 가장 힘들고도 가치가 있는 유일한 것이다" -헤르만 헤세
BTS를 좋아할 땐, 모든 게 속도전이었다.
신곡, 영상, 공항 패션, 인터뷰—
쏟아지는 소식에 숨 쉴 틈도 없이 몸을 던졌고,
그 열기 속에서 나도 자연스레 달아올랐다.
하지만 클래식은 달랐다.
공연 영상 하나를 보기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국내 무대는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
한 곡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예매하고,
두근거리며 예습하고,
리허설 영상 하나 없이
공연 당일을 기다리는 시간들.
기존 클래식 팬들은 말한다.
“클래식 덕질이 이렇게 다이내믹했던 적은 없었죠.”
처음에는 그 말에 당황했지만,
어느새 나도 그 느림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치열한 피켓팅 덕분에 얻은,
‘반쯤 강제된 여유’와 함께
삶의 리듬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빠르게 소비하는 대신
천천히 오래 듣고,
음악이 만든 여운 속에 오래 머물렀다.
하나의 음에 머문다는 건,
잠시 멈춰 생각하는 일이었다.
그 시간이 쌓이면서
마음도 천천히 단단해졌다.
누군가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라,
그 흐름을 '살아내는'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조금 느린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나는 꽤 마음에 들었다.
조금 느긋해지는 마음으로,
이 곡 한 번 들어보셔도 좋겠습니다
Chopin: 12 Études, Op. 25 - No. 1 in A-Flat Major "Aeolian Har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