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객_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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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방문객, 정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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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귀중하고 무게감 있던 지난날의 사랑과
달라진 게 현실이지만
누군가에겐 말로써 가뿐히 지어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겐 다시 짓기에 손발이 물러
제대로 집어낼 수 없는 슬픔을 주기도 한다
무언가를 쉽게 사랑하고
또 자신의 사랑을 아낌없이 나눠주고도
내 속에 차있을 가득한 사랑이 있는 사람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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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은 항상 얕은 법이 없었다
깊게 사랑한다기보다
깊게 생각하는 편이다
사랑한다는 건 어쩌면 흐린 눈으로
너를, 우리를 보는 게 아닐까?
깊게 사랑하면
본디 그 사람만을 위한 깊은 생각을 하게 되지만
그것이 정말 그 사람을 위한 일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흐린 눈으로 사랑하고 싶다
잔잔한 온도로 맞대어
깊은 마음이 아닌 넓은 마음으로 안아주는 사람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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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감정과 시간을 나누는 것
그 사람의 일생을 듣고도 궁금해하고
앞으로 펼쳐질 인생 또한 함께하고 싶어지는 것
그 사람에게도 내가 그런 존재였음 하는 것
그게 곧 사랑임을 안다
아는 만큼 더 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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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건 아니다
하지만 늘 선택의 기로 앞에 서서 고민한다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 없이 마음을 다할까
사랑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에게 묻는다
저 사람의 과거를 공감하고
현재를 함께 나아가며
미래를 향유할 수 있느냐고
바람에게 묻고 싶다
지금 네가 이런 내게 숨을 틔워주는 건
결국 우리가 되기 위해서 였느냐고
바람이 전해줬으면 좋겠다
네 등 뒤를 따라 훑고 내려온 바람에
너의 마음을 따라가고 싶다
바람을 흉내 내어
잠깐이나마 네가 숨을 쉬도록 머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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