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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를 돌본다는 것_

나의 안정이 곧 삶의 행복임을 깨닫는다면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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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안정이 곧 삶의 행복임을 깨닫는다면

생각보다 해결되는 것이 많다


타인과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부단히 노력하는 것처럼,

나와 맺은 소소한 약속을

타협 없이 정직하게 지키고

소소한 기쁨을 누려보는 것이다


외출하기 전 날씨를 확인하고

기온에 맞는 옷을 차려입어

추위에 떨거나 더위에 땀 흘릴 일을 줄이는 것,

머리를 싸매고 비를 피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

나를 신경 쓰고 돌보기 시작함의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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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본디 갖고 태어난 성향이 있다지만

특히 한국 사회에선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선의 가치에 따라

‘나’보단 ‘남’의 생각과 시선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고

‘남’보단 ‘나’에게 소홀하고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내 생활패턴을 깨고 잠을 줄이며

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아등바등 애쓰는 것이나

나의 개인적인 고민으로 감정이 다치더라도

이를 눈독 들여 돌봐주는 다정을 보이기보다

사회생활에 있는 감정 없는 감정 쏟아내

그를 포장하는 것 등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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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나를 다듬어가는 하나의 큰 과정이지만

이는 사실 흘러가는 대로 두어도

나름대로 모이는 작은 우물이 된다


하지만 흘러가는 갈림길의 방향들은

모두 나로 인해 정해지는 것이고

내가 얼마나 섬세하게

그 길을 다듬으려 하는가에 따라

나아가는 속도나 길의 깊이가 달라진다


내가 주체가 되어 나를 돌보며 살아간다는 것.

우리 모두는 사실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


가끔 나는 이 수많은 생명체에게

주관이 부여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또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며

지키려 하는 가치가 있고,

그 모든 것을 위해 또 오늘을 살아가는.

이 하루들이 존재함에 신기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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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누군가와의 약속이나

어떤 곳의 규율 보다도 중요한 건

나와의 시간을 잘 보내고

나에 대해 잘 알려고 노력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나와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더 많은 노력이 깃든 예의를 차려야 하는 것처럼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나와의 예의를 지키자


내가 힘들 것 같거나 피곤해질 것 같다거나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늦은 시간에 먹인다던가

화장을 지우지 않고 잠들게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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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끼지 못한 죄는

오로지 나 자신이 곱절로 돌려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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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나를 다른 인격체로 바라본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 생각을 깊게 물어보고

되짚어보지 않는 이상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편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는 무엇인지,

내가 좋아하는 계절과 기온은 몇 도인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부류의 사람일지,

내 몸이 싫어하는 음식과 좋아하는 음식,

등등


알 수 없는 것이 정말 많다


나를 돌본다는 건

내가 얼마나 내 자신에게 솔직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린다


내 몸이 힘들어할 것을 알면서도

하는 선택들에 역시나 고통받는 몸을 이끌고 다니고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이어 붙임에 정신이 고통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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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돌본다

익숙지 않은 표현이지만

적어도 낯선 타인에게 베푸는 작은 친절의 강도,

그만큼 정도는 나를 아껴줘야 하지 않을까?


길 잃은 아이에게 울지 말고 정신 차려서

기억이나 제대로 해보라고 핀잔을 주지 않듯


길을 잃고 서 있는 내게

네가 어디로 가고 싶은지

내게 말을 해주지 않겠느냐고 손을 내미는 것

딱 그 정도면 된다


나에게 말을 걸고 나와의 대화를 시도하는 것

그 대화를 소중히 간직해 보는 것

간직한 것을 또 지켜나가려 하는 것


그게 내가 이 세상에게 전하고 싶은

인생의 정의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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