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숲에서 내가 빛을 낼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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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작은 숲이 있다
사람들이 앉을 수 있는 돌담으로
주변이 둥그레 쌓여있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열 배보다 더 큰 나무들이
삼십여 개는 되는 것 같다
그 숲 안에서 직접 살고 있진 않지만
햇살이 내려앉은 나무가 빛나는 걸 보고
모쪼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무숲.
내가 그들을 바라볼 때 할 수 있는 최대의 표현,
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을 작은 개미들에게는
그저 그런 나무숲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평생의 터전
어쩌면 그들만의 지구
또 어쩌면 그들의 모든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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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게도 까마득히 높은 저 나무의 끝이
저들에게는 얼마나 크게 보일까
다 보이긴 하는 걸까
희끄무리한 저 하늘의 존재를 알긴 할까
셀 수도 없이 많은 숲이 있다는 걸,
저 멀리에는 아마존이라는 숲의 터전이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
애초에 그들이 안다 해도
마치 인간처럼 더 넓은 세상에 가고 싶어 한다거나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을 원망하며
하루를 근심으로 채우고 있진 않을 것이다
그들은 그동안 해온 것처럼
늘 똑같이 열심히 살고 또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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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는 너무 좁은 세상,
좁은 시야로 한정된 것만 보고
정해진 데로 나아가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와 동시에 너무 큰 세상을 꿈꾼다
내가 얼마나 큰 숲에 있어야
양분을 받고 빛을 발할 수 있는지,
스스로가 잘 알지 못한다
나를 책망하는 건 너무도 쉽지만
응원하고 기대하는 건 참으로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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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뒤의 너의 모습이 기대돼
참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기대받는다는 건 축복받은 일이다
내가 꿈꾸는 내가
그 꿈을 이루었는가 와는 별개로
과정을 응원받는다는 것
그 자체가 내 인생의 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를 기대하고 추앙하길 바라기 전에
나를 먼저 응원하고 위로할 줄 알아야 한다
나의 미래를, 현재를
내가 원하는 숲에 직접 데려다 두고
나무를 올려다보며
언젠가 저 위 흔들리는 나뭇잎에
반짝이는 햇살과 얘기를 나눠보겠다고,
그렇게 다짐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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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가 나비를 타고 날아오르지 않는 이상
어차피 다른 숲엔 갈 수 없다며
일치감치 포기해버리고 마는 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다른 숲이 아닌
이 숲에서 내가 빛을 낼 수 있다면
그 어떤 황금밭이 있다 해도 더할 나위 없다며
이곳의 행복을 즐기는 것이
내가 말하고 싶은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