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아프다 (3)_

마음에 품고 있던 진짜 내 모습은,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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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이 51,

이렇게 아프기엔 너무 이른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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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문장이 공감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프기에 이른 나이’라는 게

누군가에겐 뾰족하게 들리지 않을까 했다


아프기에 적절한 나이가 있긴 할까?

그렇게 생각하기엔 24살인 나도 아프고

소아암 환자는 만 18세 미만이며

꽃을 피우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 아이들도 많고

얼마 남지 않은 여생 동안

끔찍하게 아프다 돌아가시는 어르신도 많다


아프기에 이른 나이라는 건

사실 존재해서는 안될 문장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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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엄마라서, 내 가족이라, 내가 아파서


어느 다른 누군가의 아픔과는

비할 바가 안될 정도로 슬픈 걸까


누군가 내 삶에서 스쳐 지나가는 인생들의

아픔을 목격하거나 듣게 되면

잠시 마음은 아플지 몰라도

어느 순간 나는 내 삶을 살아가느라 바쁘고

그에게 가졌던 일말의 걱정은 까마득 잊고

웃긴 일이 생기면 하하 호호 웃는다


내 엄마의 아픔도, 나의 아픔도

누군가에게 닿아서 그렇게 사라졌을 것이다

모두가 그렇게 살아간다

세상사람 중에 아픈 사람이 2/3라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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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아픔에도 불구하고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는 사람이 있는가 반면


자신의 아픔에 빠져

어떻게든 벗어나보려고 발버둥 치다

한순간 누군가 앗아가듯 숨을 거두는 사람도 있다


그 모두의 아픔에 공감하며

슬픔과 절망에 빠져있기엔

인생은 너무도 빠르고 가쁘게 흘러가고

또 어떻게든 그 순간은 지나간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모두가 그런 것처럼 나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데,

다른 누군가가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안

웃을 수 있는 우리들은 악하다고 할 수 있는가


누군가 아픈 소식을 들으면

무언가 한마디 꺼내기가 어려워

걱정하며 망설이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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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플 때 나는 누군가 손 한번 잡아주거나

내 상황에 공감해 주는 말 한마디에

힘을 내고 감동받곤 했다


때문에 되도록이면 깊은 생각을 덜어내고

마음을 골라 담아 쓴 글을 전하거나

온기를 담아 손을 잡아드리는 방법을 택한다


어딘가 모르게 뾰족하고 날 서있는 세상 속에

말 한마디 가볍지 않게 전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살아갈 이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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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갈 수 있었던 이유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고개를 들었을 때

엄마가 여전히 손을 내밀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엄마가 지금 살아야 하는 이유는

나와 단둘이 여행을 가본 적이 없기 때문이고

엄마와 함께 그린 그림이 없기 때문이고

가고 싶다던 스위스를 티비에서만 봤기 때문이고

엄마가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한 것을

내가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내가 내 꿈을 이루는걸

엄마는 아직 못 봤다

이기적이지만

그게 유일하게 엄마가 살아가야 할 이유라면

나는 최대한 늦게 조금씩 꿈에 다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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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실은

사실은 조급하다

내 꿈을 빠르게 이루지 않으면

정말 보여줄 수 없을 것만 같아서

느작거렸던 이 순간을 후회하게 될 것만 같아서

조급한 이 마음을 아무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다


엄마가 아프다는 걸 알게 된 순간부터

마음에 품고 있던 진짜 내 모습은,

사실 슬픔과 초조함에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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