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하고도 가여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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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생각해 보면 내가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강인하고도 가여운 사람이었다
한 가정을 지켜내기 위해
수없이 많은 시간 동안 몸을 갈아 넣어 일을 했고
집에 돌아와서는 여느 집엄마처럼
밥을 하고 청소를 하고 빨래를 하며
가정을 보듬었다
엄마가 임신했을 때도
출산 하루 전까지 계속 일을 하고
출산한 지 일주일 후부터 다시 일을 했다 하였다
어린 나의 마음속에는
언젠가부터 우리 가족의 가정형편이나
엄마의 희생정신, 상황에 대한 미움이 자리 잡았고
나에게 엄마는 강한 사람.
엄마 손을 잡으면 강한 힘에 놀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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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엄마가 아프다
엄마의 심장이 제대로 작동을 안 한다
언제나 강해보이던 엄마가
흐릿하게 불투명해 보이기 시작한 건
반년 전부터였다
그 불투명한 손을 잡고 같이 병원에 가던 것도
그즈음이다
처음에 심장 진료를 봐야 한다고
나에게 스케줄을 물어볼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큰 병일줄 몰랐는데
애써서 엄마의 병을 외면하려고 부단히 애썼다
그러면서도 스멀스멀 짜증이 올라왔다
병명을 정확히 진단받기 위해
심장초음파, 그놈의 심장초음파를 받고 싶어
병원을 얼마나 서성였는지..
다급함, 초조함으로 동동거리며
예약 날짜를 묻는 우리가 이해 안 간다는 듯
쳐다보던 간호사분들의 눈빛이 생생하다
2주 후에는 예약 가능하다고 했다가,
2달쯤은 지나야 가능하다고 말이 바뀌는데
당연히 엄마의 보호자로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고 답답했다
그만큼 이 세상에 그 많은 사람들이
아프고 또 병명을 확진받고자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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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기에 내 몸 또한
심장 통증, 호흡곤란 등으로 이상증세가 있어
심장내과에서 심장초음파와 호흡기내과진료가
예정되어 있었는데
의료법상 가능할 리 없겠지만
사실 마음 같아선
내 예정진료를 엄마에게 넘겨주고 싶었다
엄마에게 지금 한시가 급 할 정도로
필요한 검진을 내가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속에 죄책감이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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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근종, 용종 등 산부인과적으로
수술이 필요한 상태에서 검진을 통해 발견된
엄마의 심장병,
엄마는 산부인과수술을 할 수 없고
심장을 지켜내기 위해 평생 약을 먹어야만 한다
엄마가 먹고 있는 약은
엄마의 극심한 생리통을 막을
유일한 생리통 약과 반대되는 성질로,
같이 병행해서 먹을 수 없다
엄마의 심장병은
뭐 하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게 없고
남들 몸엔 좋은 식재료가
엄마 몸엔 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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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구나..’
심장약과 반대되는 성질을 지닌 줄 모르고
생리통 약 4알을 먹고서
옷을 다 버릴 정도로 심한 하혈과 생리통을 겪고
오늘 얼마나 힘든 하루를 보냈는지
적은 장문의 글과 함께 온 한마디에
내 심장이 쿵했다
지금 엄마는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갈까
오직 나와 내 동생, 아빠가 걱정될 뿐이라던
엄마가 걱정된다
지금 엄마의 손을 잡으면
손이 너무 작고 말랑거려서 가엾다
엄마를 안으면 몸이 너무 자그맣고
힘을 주면 으스러질 것 같아서 매번 놀란다
엄마가 웃으면 꽃이 핀 것처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
엄마 나이 51
이렇게 아프기엔 너무 이른 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