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가 아프다 (5)_

내가 알고 싶었던 건,

by 현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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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다음 내진일에 맞춰 내 스케줄을 조정했다

근무를 끝내고 이르면 새벽 2시에 잠들어

6시에는 일어나 준비를 해야 했다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아프고 힘들었지만

반드시 따라나서야만 했다

나는 해야만 할 일이 있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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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먹는 약 이름이 적힌 처방전을

가만히 쳐다보다

혹여 안보일까 네임펜으로 크게

꼬깃꼬깃 옮겨 적어 내려 간 종이를 손에 쥐고서

회사 근처의 약국을 돌아다니며

내가 듣고 싶은 답을 찾아 헤맸다


대부분의 약국은 사람이 많고 분위기는 느긋했다

수술의 후유증으로 의사와 의료원 근처에만 가도

우울해지고 말이 잘 안 나오는 나에게

약국의 문을 열고 약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

서있다 약사의 눈을 맞추는 일은 사실 쉽지 않았다


겨우 사람이 없는 약국을 찾아

횡설수설 엄마의 병명과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고

약이 적혀있는 종이를 내밀면

잠깐의 정적과 답이 없는 답만이 돌아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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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럽게도 그 약을 취급하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지만 하나 깨달은 건 있었다


“ 이 약을 처방받은 데가 있을 거 아니에요

거기 가서 물어보셔야죠 “


당연한 건데 미처 생각을 못했다

마치 여기저기 얻어맞은 것처럼 외로웠고

머리가 어지러워 벤치에 걸터앉아

마음속에서 엉엉 울었다


슬픈 마음은 슬픈 마음이고

나는 이제 다시 회사로 돌아가

아무 일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웃으며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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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싶었던 건,

엄마의 뛰지 않는 심장으로 인해 처방받은

항응고제 성질을 띈 자렐토정과

소염진통제를 같이 먹었을 때 하게 된 심한 하혈,

적어도 엄마가 겪는 아픔에

가중이 되는 상황이 생기지 않길 바랐다


내가 알고 싶었던 건

자렐토정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진통제가 있는지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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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에 도착하고서 보호자등록을 한 뒤

엄마가 사전검사를 받을 동안

병원 근처의 약국을 검색해 무작정 뛰었다


전날 일을 하고 몸이 회복이 안되어서

허리와 다리가 몹시 컨디션이 안 좋았지만

그저 절뚝거리며 뛰었다


도착한 시간은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열기 전이라

조심스럽게 두리번거리다 안내를 받고 들어갔다


아산병원과 연계된 곳이 많아 그런지

이번엔 모든 약국에서 그 약들을 취급한다 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답 또한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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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슬프게도

유일하게 먹어도 된다는 타이레놀은

엄마의 심한 생리통에 이미 효과가 없는 약이다


앵무새처럼 같은 질문을 하고 같은 대답을 듣고

같은 리액션을 하며 약국을 돌다가

길 모퉁이에 돌아서서

터져 나오는 울음을 내뱉었다

엄마가 유일하게 먹어도 되는 약이

효과가 없는 약뿐이라는 게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먹먹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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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는 핸드폰 알림,

보호자 등록이 한 명밖에 안 돼서

아빠는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고

이미 등록한 나만 들어올 수 있다는

엄마의 말이었다


엄마의 보호자로 온 내가

이렇게 울고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자

당장 엄마 곁에 있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아픈 무릎을 붙잡고 병원으로 다시 뛰었다


나는 앞으로도 엄마의 보호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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