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들도 괜찮은 거겠죠?
처음 고양이를 데려온 건 결혼하고 1년이 지난 날이었다.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어렸을 때부터 키워 본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친구가 키우던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았고, 난 아직 아이가 없었다.
항암이 끝나고 6개월 만에 치른 결혼, 아직 치료가 안 끝난 몸 상태라 아이를 쉽게 가질 수 없는 상태였다.
잘 몰랐다.
그 사람이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지, 내가 어떤 몸상태인지도.
그냥 위태로운 우리 가정에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첫째 냥이가 우리 곁으로 왔다.
태어난지 약 한달,
친구가 키우던 스코티쉬 폴드와 샴 고양이에서 태어난작고도 검은 귀가 매력적이었던 아이.
그 당시 고양이 키우기가 열풍 처럼 불던 때라, 똥꼬발랄하다는 그 표현을 난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만큼 아이가 갉아먹은 전선을 보호하느라,뿜어내는 털을 떼내느라, 화장실 냄새에 익숙해지느라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아이의 양육은 엄마 몫이라고 하던데, 고양이 케어도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생명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굳이 겪어보면서 알아야
했던 것처럼.
첫째 냥이는 전남편을 참 좋아했다.
귀 청소에 양치까지 시키면서 간식에 야박한 내가 좋아질리 없었다.
나한테는 하지 않던 애교를 부리며 둘이 꼭 끌어안고 있을땐 우리 가정마저 세상 평화로웠다.
그런 그 둘의 사이를 갈라놓듯, 헤어지던 날 난 고양이 두마리를 다 데려왔다.
혼자서는 외로워하는 둘째와 꼭 붙어지내는 이 냥이들마저 떼어놓는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니까.
마지막에 첫째는 데려가고 싶어하던 전남편의 그 눈빛을 난 알면서도 모른척 했다. 혼자를 원한만큼 그 외로움을 실컷 느껴보기를 하는 마음과 함께.
고양이들과 셋이 산 지, 약 5년째
난 가장의 책임감과 우리라는 공동체를 느끼고 있다.
자식을 키우는 동생과 비교할 수 없는 책임감이겠지만굳이 내가 가지지 못할 감정을 신경쓰고 싶진 않다.
난 고양이 두마리와 셋이 살아가고 있고, 우리 셋은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기 자리와 역할에서 성심껏.
그래서 말인데, 몸과 맘으로 표현할께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