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지우 Nov 17. 2022

둘이 키우던 고양이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고양이들도 괜찮은 거겠죠?

처음 고양이를 데려온 건 결혼하고 1년이 지난 날이었다. 동물을 너무 사랑해서, 어렸을 때부터 키워 본 경험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친구가 키우던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았고, 난 아직 아이가 없었다.

항암이 끝나고 6개월 만에 치른 결혼, 아직 치료가 안 끝난 몸 상태라 아이를 쉽게 가질 수 없는 상태였다.


잘 몰랐다.

그 사람이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지, 내가 어떤 몸상태인지도.

그냥 위태로운 우리 가정에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렇게 첫째 냥이가 우리 곁으로 왔다.

태어난지 약 한달,

친구가 키우던 스코티쉬 폴드와 샴 고양이에서 태어난작고도 검은 귀가 매력적이었던 아이.


그 당시 고양이 키우기가 열풍 처럼 불던 때라, 똥꼬발랄하다는 그 표현을 난 실시간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면서 그만큼 아이가 갉아먹은 전선을 보호하느라,뿜어내는 털을 떼내느라, 화장실 냄새에 익숙해지느라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누군가는 아이의 양육은 엄마 몫이라고 하던데, 고양이 케어도 자연스레 내 몫이 되었다.

생명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굳이 겪어보면서 알아야

했던 것처럼.

첫째 냥이는 전남편을 참 좋아했다.

귀 청소에 양치까지 시키면서 간식에 야박한 내가 좋아질리 없었다.


나한테는 하지 않던 애교를 부리며 둘이 꼭 끌어안고 있을땐 우리 가정마저 세상 평화로웠다.

그런 그 둘의 사이를 갈라놓듯, 헤어지던 날 난 고양이 두마리를 다 데려왔다.

혼자서는 외로워하는 둘째와 꼭 붙어지내는 이 냥이들마저 떼어놓는건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니까.


마지막에 첫째는 데려가고 싶어하던 전남편의 그 눈빛을 난 알면서도 모른척 했다. 혼자를 원한만큼 그 외로움을 실컷 느껴보기를 하는 마음과 함께.

고양이들과 셋이 산 지, 약 5년째

난 가장의 책임감과 우리라는 공동체를 느끼고 있다.

자식을 키우는 동생과 비교할 수 없는 책임감이겠지만굳이 내가 가지지 못할 감정을 신경쓰고 싶진 않다.


난 고양이 두마리와 셋이 살아가고 있고, 우리 셋은 서로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기 자리와 역할에서 성심껏.


그래서 말인데, 몸과 맘으로 표현할께

사랑한다!!


작가의 이전글 분명 좋아진다고 했잖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