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기 전에 알았더라면

-벽뒤에 남은 흔적

by 금희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하는 물음은

언제나 상대적인 답만 남긴 채 떨떠름함을 안긴다.

18년. 긴 세월이다.

어쩌다 해외에서 지내게 되면서, 나보다 더 오래 우리 집에 살았던 분들이 이사를 갔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게 대공사를 하게 됐다.

처음엔 그저 도배와 장판, 그 정도의 가벼운 손보기쯤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일은 천장을 부수는 대대적인 보수로까지 번졌다.

곰팡이였다.

이사를 나가고 난 자리, 안방 벽과 거실, 바깥벽에 시꺼멓게 내려앉은 흔적들.

어찌 이리 되도록 주인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싶어 씁쓸했지만, 어쩌랴.

그런데 벽장이 있던 자리의 도배를 벗겨내자 상황은 더 심각했다.

벽면은 시꺼멓다 못해 석고와 나무가 썩어 주저앉아 있었고,

욕실 타일은 깨지고 틈이 갈라 들떠 있었다.

수도꼭지는 부러져 있고, 변기 버튼은 고장 나 있었으며,

현관문조차 열고 닫을 때마다 배터리가 삐비빅, 항의하듯 밥 달라고 보챘다.

전화하거나 한 번씩 방문할 때면 늘 별문제 없다고 했더랬는데.

에휴. 그 긴 세월 동안 어찌 성한 게 있으랴 싶다가도,

처음 곰팡이가 생겼을 때 알려주기만 했어도

이리 일이 커지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처음부터 리모델링을 했더라면 오히려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나를 고치려 시작한 일에 하나씩 더해져,

이제는 일도, 비용도, 효율성도 모두 배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될 걸 예상하지 못한 나의 안일함도 한몫했겠지.

한밤의 폭설이

더 반갑지 않은 이유다.

그래도 눈 덮인 하얀 하루를 기억에 남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