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여행기 <7>

7. 누군가의 여행 갈무리

by 쌀주호

후루가다로 가는 버스에 오르자, 누군가 인사를 건넸다.

재훈 형님이 바로 내 앞자리에 앉아 계셨다.

물론 한국인들의 이집트 여행 루트가 워낙 일반적인 터라,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다는 이야기를 이전에 여행을 준비할 때,

찾아보았던 수많은 블로그에서 보았다.

형님은 그 당시에 1년 넘게 여행을 하던 중이었는데,

(아스완에서 닭도리탕을 먹던 그날이 여행 400일 차였다.

후루가다에서 요르단을 거쳐 여행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다.

아무리 이집트 버스라고 해도 만석의 45인 탑승객 전원이 외국인 관광객이었기 때문에,

실내는 무척 조용하여 우리는 후루가다에서 다시 날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외국인 관광객으로 가득했던 버스.


버스는 황량한 사막을 지나 어느 이름 모를 도시를 지나던 참이었다,

갑자기 멈춰 선 버스는 10분 넘게 제자리에서 움직이지를 못하다가,

모든 승객들을 하차시켰다.


쇼바가 터졌다더라.

이걸 도로 한복판에서 고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고,

무엇보다 여긴 이집트였기 때문에 무한한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내 옆자리에는 스위스에서 왔다던 아저씨가 앉아계셨는데,

아프리카를 여러 번 여행했다던 그는 해탈한 표정으로 수리를 기다렸다.

버스에는 우리와 재훈 형님 말고도, 상해에 사신다던 한국인 부부도 계셨는데,

우리는 한국이었다면 이럴 수 없다는 이야기로 한 시간을 보냈다.


IMG_6999.HEIC 버스를 수리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버스에 있던 다른 중국인들이 어딘가에서 간식거리를 한가득 사들고 나타났다.

상해 아저씨는 그들에게 중국어로 어디 슈퍼가 있냐고 물었고,

그들은 바로 옆의 건물을 가리켰다.

간판이 완전히 아랍어로 되어있어 슈퍼인 것을 전혀 알 수 없었다.

버스를 기다리던 수많은 이들이 슈퍼로 향했다.

말이 슈퍼지 사실 동네 구멍가게 정도의 사이즈였는데,

직원은 갑작스러운 외국인들의 방문이 당황스러운 모습이었다.

콜라와 과자를 구매하였는데, 직원은 잔돈이 없다며 휴지를 하나 얹어주었다.

슈퍼에 잔돈이 없다는 사실은, 이집트였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IMG_6997.HEIC 해탈해 버린 옆자리의 스위스 아저씨.


슈퍼에서 돌아왔어도 버스는 여전히 수리 중이었다.

과자를 먹으며 옆자리 스위스 아저씨의 아프리카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을 때우자,

버스에 시동이 걸렸다!

모두 환호성을 지르며 버스에 올랐고 곧 버스는 다시 출발했다.


IMG_7001.HEIC 사막 어딘가의 휴게소에 잠깐 멈추었었다.


사막을 가로질러 버스는 어느덧 후루가다에 도착했다.

생에 처음으로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라는 곳을 예약했다.

이집트에 있는 곳인 만큼, 가격은 무척 저렴했는데

(2달 전 예약, 아고다에서 2인실 1박 43,000원)

하루 3끼 식사를 뷔페식으로! 제공하고 술도 무제한 제공되며,

전용 해변과 두 개의 워터 슬라이드도 있었다.

숙소는 단층 독채로 다 다른 방이 있었는데,

우리는 2인실 2개를 예약해서 4일을 보냈다.


IMG_7032.HEIC 나와 정현이가 머물렀던 방.


IMG_7033.HEIC 매일 뷔페식 식사를 즐겼다.


4일 동안 매일 같은 방에 누워있다가, 때가 되면 나가서 뷔페식 식사를 하고,

방에서는 인터넷이 되지 않았기에 주로 해변 썬베드에서 술을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아스완에서 났던 배탈은 나아졌고 이집트 여행의 피로는 완전히 풀렸다.

2일 차에 다른 호스텔에서 지내던 재훈형님이 우리 리조트에 놀러 오셨다.

예약한 사람만이 들어올 수 있다며 제지를 당했는데,

우리는 로비에서 과자와 양주를 먹으며 여행이야기를 했는데,

형님은 400일이 넘는 여행을 마치고, 후루가다에서 두바이를 거쳐 4일 후 귀국할 거라 하셨다.

그 많던 동행 중 우리가 마지막이라며 너스레를 떨던 재훈 형님은 그렇게 여행을 마쳤다.


IMG_7020.HEIC 대부분의 시간을 썬배드에서 보냈다.


IMG_7494.JPG 재훈 형님과 우리.


떠나는 날 아침이 되자 나와 정현이가 머물던 방에 모였다.

진웅이는 본인의 45일간의 여행이 끝났다며 아쉬워했다.

숙소를 떠나 고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카이로에 있는 버스 터미널 중 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끊었더니,

우리를 제외하고 온통 현지인들만 타는 노선이었다.

짐꾼은 우리에게 짐값을 요구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인 한 명이 박시시로 먼저 20파운드를 건네는 모습을 보았다.

박시시에 대해서 유투부에서나 봤지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무척 신기했다.

또다시 황량한 사막을 지나 터미널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서 공항으로 향했다.


카이로 국제공항 3 터미널의 끄트머리에는 야외에 스타벅스가 하나 있다.

그곳은 야외에 테이블을 두고 부스 형태로 운영하여 재떨이를 제공했다.

우리는 새벽 4시 40분에 아테네로 가는 비행기를 예약했지만,

오후 7시가 조금 안 되는 시간에 공항에 도착했기 때문에,

애초에 사전에 스타벅스에서 노숙을 할 각오로 공항에 일찍 갔다.

진웅이는 24시간 후에 그가 먹을 현대옥의 얼큰 돼지국밥과 소주를 기대하며,

일주일 후 갈 훈련소에 대해서, 그리도 지난 45일의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IMG_7055.HEIC 떠나던 진웅이.


진웅이의 비행기는 우리보다 두 시간 일렀기 때문에 우리는 그의 시간에 맞추어 자리를 떴다.

공항에서 그를 배웅하고 옆에 있는 버거킹에서 늦은 저녁을 먹었다.

나는 아테네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었다.

이륙하는 비행기의 창밖으로 카이로 공항 3 터미널에 있었다.

나는 그곳 안에 스타벅스가 어디쯤에 있는지는 보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그곳에 다시 갈지 모르고 있었다.


IMG_7057.HEIC 세계일주 중 두 번째 국가, 그리스!




https://youtu.be/epsgX9oYD04?si=6W3pCSrJenYA5xd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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