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런 이집션 저런 이집션
몸이 아픈 나와 진웅이가 숙소에서 쉬고 있는 동안,
정현이와 진규가 아스완 역에 나가 룩소르로 가는 티켓을 사 왔다.
외국인의 아스완-룩소르 사이 이동은 기차만 이용하도록,
말로는 테러 위협이라고 하지만 것보단 외화벌이 목적이 더 큰 것 같지만,
무튼 그렇게 규정해 놓았다.
(외국인은 기차를 미국 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다.)
버스를 타면 기차보다는 저렴하게 갈 수 있지만,
우리는 사람이 4명이나 있었고, 검문의 리스크를 지기 싫었으며,
무엇보다 가격 협상이 쉽지 않아 기차를 타는 비용과 그리 차이가 없었다.
아스완의 마지막 날 어느 멕시코 아저씨가 우리의 도미토리 방에 들어왔다.
그는 나와 진웅이의 상태를 보고 혹시 우리가 멕시코를 여행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멕시코도 수질에 관련된 이슈가 많아 배앓이하는 여행자가 많다더라.
(그로부터 4개월 뒤 나는 멕시코에서 이질에 걸렸다.)
기차를 타고 룩소르에 도착하자, 예약한 숙소의 주인이 마중을 나와있었다.
룩소르에는 밥말리 호스텔이라는 유명한 호스텔이 있는데,
특히 서안 투어를 엄청 저렴한 가격에 시켜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역시 이집트 아니랄까 봐 3군데의 밥말리 호스텔이 있다.
우리는 그중에 부킹닷컴 평점이 가장 좋은 밥말리 호스텔을 예약했다.
자신을 ‘지기’라고 소개한 험상궂은 모습의 이집트 사내는 자신은 오토바이를 타고 올 테니,
우리를 위해 택시를 잡아주며, 무료니까 걱정 말고 타라는 말을 덧붙였다.
본인 입장에서 예약자들을 픽업 나올 때마다 의심을 받으니, 조금 슬프다더라.
(그는 이집트의 바가지와 사기에 대한 욕을 정말 자주 했다.)
솔직히 숙소 시설은 별로였지만, 가격이 엄청 저렴했다.
우리 4명이서 한 방을 썼는데 인당 1박에 5천 원 정도의 가격이었다.
지기를 통해서 서안 투어도 무척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당시 인당 200파운드)
그래도 숙소는 너무 구렸다.
매트리스가 사람이 누운 형태 그대로 가운데가 푹 꺼져있어서,
관속에 누워있는 파라오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아스완에서 오후 기차를 타고 저녁 즈음 룩소르에 도착했기 때문에,
나랑 진웅이는 오렌지 주스로 저녁을 때우고,
진규와 정현이는 나가서 현지 케밥을 포장해 와 저녁을 때우고 모두 일찍 잠에 들었다.
다음날 숙소에서 주는 아침을 대충 먹고 아직 낫지 않은 배탈에 방에 누워있다가,
오늘이 설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명절인데 오늘 저녁은 좀 좋은 식사를 하자는 이야기를 나누자, 몸에 조금 힘이 났다.
영상 통화로 집에 큰절을 올리고 걸어서 동안을 돌아다니려 숙소를 나섰다.
이집트의 관광지 입장료는 모두 카드결제만 가능하다.
그리고 학생증이 있다면 모두 50% 할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모두 한국에서 국제학생증을 받아왔다.
카르나크 신전의 입장료를 확인하고,
트래블 카드에 딱 4인분만의 입장료를 충전한 상태로 학생증과 함께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잔액부족이라며 거절당하고,
주변에서 뽀찌를 주면 결제해 주겠다는 삐끼들이 우리를 둘러쌓다.
매표소 직원이 학생증을 보고도 일반 요금으로 결제를 하려고 했으니,
당연히 잔액부족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자동 충전 기능을 꺼두었다는 점에 안심하며 신전을 둘러보았다.
신전을 보고 나와서 숙소 1층에 모여 앉아 어떤 근사한 저녁식사를 할지 논의했다.
어느 고급호텔 1층에 태국 식당이 있다기에 우선 그곳으로 향했지만,
예약이 마감이라기에 좌절하고 온 김에 비싼 호텔 로비에 앉아 시간을 좀 보냈다.
옆의 다른 호텔에 일식당이 있다기에 그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향한 일식당은 직원 서비스도 음식 퀄리티도 개판이었으나,
이역만리 타국에서 명절에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지기의 서안투어에는 참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숙소에 돌아와 남은 사람들끼리 모여 앉아 맥주를 한잔씩 했다.
그중에 카이로에서 온 아흐멧이라는 청년이 있었는데,
그는 아랍어 투어가 없어 외국인 대상의 영어 투어에 온 것이었다.
베이징에서 영어교사로 3년 넘게 일을 했다던 그는,
기념품 사는 상인이 우리에게 니하오 칭챙총을 시전 하자 우리 대신 항의를 해주기도 했다.
또 그 이야기를 들은 지기는 분노해서 이집트에 대한 욕을 한바탕 쏟았다.
다음날 후루가다로 향하러 숙소를 나서 고버스 정류장에 갔다.
룩소르 – 후루가다 구간은 거의 외국인들만 이용하는 구간이기 때문에,
버스 회사에서 당당하게 짐값을 요구했다.
원래 짐값이라기보다 이전에 언급한 박시시의 개념인데,
그들은 당당하게 짐 하나당 200파운드의 금액을 요구했다.
그렇게 짐꾼과 가격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자,
손님을 픽업하러 정류장에 온 지기가 우리를 알아보고 아랍어로 짐꾼에게 항의했다.
덕분에 짐 4개를 50파운드에 싣을 수 있었다.
떠나는 우리에게 그는 모든 이집션이 나쁜 것이 아니니까,
남은 이집트 여행을 잘 즐기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작별했다.
이런 이집션이 있으면, 저런 이집션도 있다.
사기꾼 같은 이집션들, 아니 진짜 사기꾼 이집션도 많았지만,
그래도 내가 만났던 그 많은 좋은 이집션들...
*ChatGPT는 이집트의 인구를 약 116,275,465명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