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웃으면 복이 와요. (이집트)
내 생에 가장 길었던 밤을 지나 아스완에 도착했다.
오직 아부심벨 사원에 가기 위해서.
사실 아스완에는 볼거리가 그리 없다.
역애서 내려 인드라이브를 잡아타고 호스텔로 향했다.
나일강 바로 옆 전망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카이로의 같은 호스텔에 있던 재훈형님이 우리를 반겼다.
3일 전 카이로 호스텔을 떠나던 그에게 우리가 갈 호스텔을 알려준 상태였는데,
같이 아시안컵(한국 vs. 요르단)을 보자며 여태 이 콘텐츠 없는 아스완에 남아있었다.
재훈형님은 그러면서 닭도리탕을 끓여 먹자며, 배낭에서 고추장을 꺼내왔다.
마트에서 감자와 닭, 파와 쌀(안남미)을 사 와 닭도리탕을 끓이고 밥을 안쳤다.
날리는 쌀밥에 닭도리탕 국물을 열심히 비벼먹었다.
재훈 형님은 우리가 한식을 인도 음식처럼 먹는 재주가 있다며 너스레를 떠셨다.
축구는 처참한 경기력을 보이며 요르단에게 패배했다.
별 기대도 안 했건만 얼마 뒤 요르단에 갈 입장에서는 혐오범죄가 예방되니,
오히려 좋다며 작금을 즐기기로 했다.
식사 후에는 나일강 옆 테이블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셨다.
여행 이야기, 군대 이야기 등등을 하다가,
기차에서 보낸 지난밤의 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우리는 잠에 들었다.
전날 밤을 지새운 탓에 늦잠을 자다가,
오전 11시 즈음 엄청난 복통에 잠에서 깼다.
오한과 복통과 설사를 동반한 세균성 장염이었다.
진웅이도 나와 같은 증상을 보였다.
진웅이가 캄보디아에서 받아온 항생제가 든 배탈약이 있어 다행이었지만,
몸은 좀처럼 회복되지 못했다.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있다가, 다음날 아부심벨 투어를 예약했다.
아스완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어느 강변 마을에 호스텔이 하나 있다.
그곳의 주인장은 간디라는 사내로,
인도의 그 마하트마 간디를 닮아 간디라더라.
그곳을 거치는 모든 여행자들이 그를 간디라고 부르지만 아무도 그의 이름을 모른다.
각설하고, 간디는 나와 진웅이의 상태를 보더니,
투어에 참여할 수 있는 컨디션은 아닌 것 같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내일모레 룩소르로 떠날 기차를 예매했으며,
룩소르에서 머물 숙소 또한 이미 예약되어 있었고,
이후 또 다른 도시와 결국 이집트를 떠날 비행기표까지 예매되어 있었고,
여기까지 너무 힘든 여정을 거쳐 왔기 때문에 꼭 아부심벨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간디는 4명 단체인 우리에게, 차라리 투어 대신 택시를 대절해 주겠다 했다.
가격은 4명의 투어 참가비와 동일하게 맞추어주되,
시간은 우리가 원하는 시간대로 잡아준다더라.
(아스완에서 아부심벨로 향하는 투어 차량은 대부분 새벽 4시 반 경에 출발한다.)
우리를 배려해 준 간디에게 참으로 고마웠다.
다음날 아침 10시에 느지막이 아부심벨로 향했다.
몸상태는 여전히 나빴고, 그 거대한 신전 전체를 볼 수 없었다.
아부심벨 신전에는 소신전과 대신전이 있는데,
소신전도 겨우 둘러보고 나와 벤치에 앉았다.
30도에 육박하는 날씨에도 나와 진웅이는 겉옷을 입고 있었는데,
사막 한가운데 옷을 꽁꽁 싸매고 햇볕이 따뜻하다며 가만히 앉아있던 서로를 보고서,
나와 진웅이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리 아파도 죽지는 않겠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