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정신은 어디 갔나?
얼마 전에 삼성에서는 갤럭시 Z폴드 3과 갤럭시 Z플립 3이라는 스마트 폰을 출시했다.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예상보다도 더 흥행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놀라운 점은 갤럭시 Z플립 3의 경우 철옹성 같은 아이폰 유저들이 갈아타기를 희망한다는 소문이다. 전에도 언급했지만 삼성의 스마트폰은 예상외로 잘 버티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드웨어적인 면에서는 시장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바형 스마트폰의 디자인은 이미 한참 전에 식상하고 지루해졌다. 뭔가 새로운 외형을 보여주어야 하는 한계를 넘어섰다. 올바른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폴더블 스마트폰은 일단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새로움을 바라는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삼성이 처음으로 세계를 리드하는 위치로 올라가게 될 것인가?
“몸이 가난을 기억한다.”는 말이 있다. 좋은 의미의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가난하게만 살았던 사람이 갑자기 부자가 되면 부자로서 누리지 못하고 예전 가난한 시절의 행동을 한다는 뜻이다.
삼성도 “몸이 패스트 팔로워 시절을 기억하는 것 같다.”
애플이 유선 이어폰 잭을 없애면 삼성도 따라 한다. 애플이 충전기를 기본 제공하지 않는다면 삼성도 그대로 따라 한다. 왜 따라 할까? 원가 절감의 목적을 이해하지만 경쟁상대를 조금이나마 공격할 수 있는 무기를 스스로 버리는 셈이다.
지난 패스트 팔로워 시절의 정책을 삼성은 아직도 못 버리고 있다. 1인자를 따라잡기 위한 2인자의 전략은 할인과 물량공세였다. 힘들게 만든 무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나 스마트워치들을 사은품 취급하며 허공에 뿌렸다. 그 후 삼성의 그 제품군들은 제값 주고 사면 호구되는 느낌이 강해졌다.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 것이다.
얼마 전 삼성은 새로운 태블릿을 발표한다. 그런데 기존과는 다르게 가격이 높은 LTE 통신이 가능한 버전만 판매를 했다. 사람들, 특히 삼성의 팬들은 ”그럴 수도 있지 뭐”라며 그 태블릿을 구매했다.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서 저렴한 WiFi버전이 출시된 것이다. 그것도 스펙이 업그레이드가 되어서 말이다. 곧 WiFi버전이 나올 예정이라는 한마디의 언급 없이 진행된 일방적인 판매 정책이었다. 삼성이 목숨 걸고 지켜야 하는 충성심 높은 팬들 뒤통수를 쳤다고 원성이 자자하다.
삼성은 세계를 리드하는 기업이다. 그들의 위상이나 그들이 받는 대우를 본다면 더 이상 1인자를 숨 가쁘게 쫓아가는 패스트 팔로워의 위치는 넘어섰다. 그리고 2인자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 시대에 1인자를 따라 하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삼성의 갤럭시 폴더블 스마트폰들은 지금 현재 하드웨어적으로 가장 혁신적인 제품들 중 하나이다. 기술적인 것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답고 가지고 싶게 만드는 매력적인 완성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진짜 최고가 되려는 브랜드는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최고의 제품을 만든다고 해도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경쟁사가 한다고 고객의 불편을 외면하는 정책. 투명하지 못한 제품 출시로 고객에게 피해를 주는 일 등등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 않는 서비스 하나하나가 기업의 가치를 좀먹는다.
나는 지난 글에서 제조업 마인드로는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없다며 삼성을 깍아내렸었다. 하지만 삼성은 나 같은 허접한 사람이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며 최고 기업임을 입증했다. 자신의 강점인 제조업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서 놀라운 제품을 발표하고 업계를 이끌고 있다. 이제 몸에 밴 패스트 팔로워의 습관을 바꾸어야 할 시점이다. 과거의 나쁜 습관을 버리고 경쟁자에 대한 의식 없이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판단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옛날 전자제품 회사들이나 자동차 회사들은 미국이나 해외에는 특별히 질 좋고 값싼 제품을 판매하고, 국내에는 질 떨어지는 제품을 비싼 가격에 팔았다. 어릴 때는 외화벌이를 해야 하니까 그러려니 했다. 가끔 아직도 그런 것 같아서 한심한 마음을 달랠 수 없다.
어디에서 들었던 내용인데, 아마존 CEO였던 제프 베조스의 인터뷰 일화가 기억난다. 그에게 물었다. “미래에는 어떤 것들이 변할까요?” 제프 베조스는 말했다. “나는 무엇이 변할지 모릅니다. 다만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가입니다.” 이렇게 변화가 빠른 시대에 최고 기업의 자리는 매번 바뀔 것이다. 하지만 최고 기업의 덕목 중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고객을 어떻게 감동시킬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예전 매트릭스 영화와 콜라보한 삼성의 매트릭스 폰이 갑자기 기억난다. 의외로 멋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실제로 판매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