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그림을 그릴 때 중요한 것들이 많지만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그릴 대상의 선정입니다. 어떤 것을 그릴 것인가는 아주 중요한 선택이자 그림의 격을 결정하는 요인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그림을 그리다 보면 의외로 그릴만한 소재나 장면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무 대상을 찾아서 내가 그리는 행위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점점 표현하기에 흥미로운 대상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영화 장면들은 그림 그리기에 최적화된 대상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모든 시각적인 예술은 빛의 마법에 빠집니다.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동시에 존재해야 합니다. 사물에는 그림자가 있어야 하죠. 이런 요소들이 적절히 포함된 것들을 그릴 때 그림은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집니다. 어떤 구도와 형태는 그림 속에서 매우 돋보이게 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런 그릴만한 대상들을 찾아서 헤매게 됩니다.
영화 속에는 그릴만한 것들로 넘쳐납니다. 왜냐하면 관객들을 위해 아름다운 것들로만 채워 넣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영화들의 장면은 완벽한 빛의 조화, 구도, 형태, 색 등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림을 그리기에 아주 좋은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고 스토리까지 담겨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죠.
그림을 그리면서 좋았던 점은 세상을 조금은 자세히,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를 봤지만 그림을 그리게 된 후부터 그제야 영화 속 장면의 아름다움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그 아름다움의 발견은 일상의 주변 장면들로 넘어오게 됩니다. 영화가 뭐 별거 있나요? 우리 삶이 영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