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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Apr 24. 2022

그림 한 장이 주는 무한한 상상

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 (iPad air 4, Adobe Fresco)

(영화 “기생충”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입니다. 스마트폰 와이파이가 잘 터지는 자리를 찾다가 결국 화장실에 자리를 잡았군요. 이 장면을 그리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따로 있는데, 그림을 완성한 후 눈에 들어오는 것은 남녀 배우의 얼굴입니다. 배우분들에게 참 죄송합니다. 일부러 엉망으로 그린 것이 아니에요.


그림을 직접 그리는 재미가 바로 이런 것입니다. 내 손에서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그리고 그것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이어집니다. 스마트폰 와이파이를 찾는 절실한 표정을 실감 나게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우들을 비슷하게 그리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네요. 배우들의 생김새가 바뀌니 또 다른 이야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그림   그리고 이야기 하나

그림  장이 주는 무한한 상상


배우들의 생김새를 비슷하게 그리는 것은 실패했지만 저는 영화를 보면서 생각하지 못한 것을 그림을 통해서 보게 됩니다. 화장실에 쪼그려 앉아서 공짜 와이파이를 찾아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그들은 가난합니다. 그들의 공간, 즉 오프라인의 그들의 집은 불공평한 장소입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속의 디지털 세계는 어떨까요? 오프라인보다는 공평하지 않을까요? 저들이 그렇게 기를 쓰면서 디지털 세계에 접속하는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넷플릭스가 구독료를 올렸습니다. 디지털 콘텐츠들을 즐기기 위한 구독료들이 오르고 있는 추세 같습니다. 디지털 세계에서도 빈부의 격차가 발생합니다. 돈이 있으면 비싼 구독료와 함께 좋은 서비스를 받습니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빈부 격차와는 비교할 것이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말이죠. 디지털 세계에 희망을 거는 이유는 너무 비싼 구독료의 폐해에 반기를 든 저렴한 서비스들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아무리 잘 나가는 서비스라도 한순간에 망하고 새로운 스타트업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오프라인의 전통적인 산업에서는 꿈꾸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그림 속에서 스마트 폰을 하고 있는 저들은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 속 디지털 세계에서 찾아냅니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구독료를 지불하는 서비스만 있는 것이 아니죠. 대부분의 정보는 검색의 수고만 한다면 얻을 수 있습니다. 돈이 없는 그들은 저렇게 불편한 자세로 정보를 검색합니다. 편하게 정보를 검색하는 부자들과 자세만 다를 뿐 인터넷으로 얻는 정보는 똑같습니다. 그리고 그 정보를 통해 부자들을 농락합니다.


하지만 그림 속의 저들도 결국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자신들 역시 불공평한 방법으로 성공에 도달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그래도 정정당당하게 삶에 임하고 있는 반면 저들은 오히려 디지털 세계의 정보들을 이용해 오프라인의 불공평을 재현하려 했습니다.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영화나 사진을 보는 것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그림을 그리기만 한다면 얻는 이득입니다. 배우들의 모습을 엉망으로 그려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림 한 장으로 멋진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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