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영화 “돈 룩업”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지 모릅니다.)
얼마 전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업”을 보았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와 함께 넷플릭스의 미래에 대한 것 까지 다양한 감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넷플릭스의 대항마 “디즈니 플러스”에 까지 생각이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영화 “돈 룩업 (Don’t Look Up)”은 영화 “빅 쇼트”로 주목받은 “애덤 매케이”가 연출, 각본 등을 맡은 영화입니다. 분위기는 “빅 쇼트”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습니다. 시의성 있게 현재 시대의 사회 풍자가 핵심입니다. 블랙 코미디이죠. 세계 멸망으로 이끌 거대한 혜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상황에서 웃지 못할 코미디가 지구에서 펼쳐집니다. 그것도 미국에서요.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는 대단하다고 말을 못 하겠습니다. “재미있게 봤다.”정도..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호화 캐스팅이라는 점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메릴 스트립”, “티모시 샬라메”, “케이트 블란쳇”, “아리아나 그란데”, “론 펄먼”, “조나 힐” 등등 어마 무시합니다. 아마도 감독 “아담 맥케이”의 현재 위상을 잘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 합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들에는 대체적으로 공통점들이 몇 가지 보입니다. 먼저 작품성이 애매하다는 것입니다. 명작으로 평가되는 작품들도 있지만 실망하는 작품의 수가 더 많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런 실망스러운 영화들도 화면은 볼만하다는 겁니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고민 없이, 기대도 없이 보기에 딱 좋은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넷플릭스의 영리함이 있습니다.
저는 “디즈니 플러스”가 론칭될 때 넷플릭스의 추락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마블의 그 엄청난 콘텐츠들을 당해낼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직도 마블의 영화들은 오프라인 극장 흥행의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지금 저는 넷플릭스가 선전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OTT 시장에서 고객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별다른 고민 없이 아무 생각하지 않고 플레이시킬 수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플레이를 멈출 수 있는 상황이 OTT만의 매력일 겁니다. 어차피 콘텐츠의 재미는 개인의 취향이고 수많은 가입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콘텐츠의 양을 늘려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양질의 소수 콘텐츠보다 일정 수준만 넘어서는 대량의 콘텐츠가 필요하게 됩니다. 최대한 빨리 많은 양의 콘텐츠를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넷플릭스의 선택이 주요하게 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디즈니 플러스가 압승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존의 명작들이 즐비하고 기대되는 작품들이 쏟아질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생각은 극장 수입을 기준으로 한 지난 시절의 판단을 근거로 합니다. OTT 시장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극장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보이지만 OTT를 보는 사람들의 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늘의 별만큼 많은 OTT 사용자 하나하나를 “마블”이라는 하나의 브랜드로 충족시키기 어려울 겁니다.
넷플릭스는 최대한 빨리, 많이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양함"을 확보하기 위해 중요한 정책을 사용합니다. “돈은 필요한 만큼 줄 테니 네가 하고 싶은 콘텐츠를 마음껏 만들어라!” 경쟁이 치열한 이 시장에서 아직까지 넷플릭스가 선두에 있는 이유입니다.
반면 디즈니 플러스는 다릅니다. 오랜 역사의 디즈니가 지켜온 원칙 중 하나는 “가족 모두가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든다.”입니다. 많은 영화사들이 디즈니 밑으로 편입될 때 끊이지 않는 우려는 편입된 영화사의 잔인하고 선정적이지만 흥행에 성공한 시리즈물들이 유지될 수 있는가? 였습니다. 마블의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영화들도 마찬가지이죠 마블 세계관을 유지해야 하고 디즈니의 가이드라인도 지켜야 하기에 새로운 콘텐츠의 진입 장벽이 존재하게 됩니다. OTT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다양하게 많은 수의 콘텐츠 확보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커집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돈 룩업”은 이런 OTT 시장에 딱 어울리는 영화입니다. 엄청난 작품성도 아니고, 대중적인 보편성도 담보하지 않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타겟층에 어필하면서 콘텐츠 선택의 다양성을 확보해주는 그런 위치를 차지합니다.
넷플릭스가 창작자의 자유를 극대화시키는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거대한 공룡인 디즈니와의 싸움에서 대등한 위치에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