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그리고 이야기 하나
지금부터 공개될 그림들은 제가 얼마나 뻔뻔하고, 아무 생각 없는지 잘 보여주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현존하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그림을 그릴 때 묘한 긴장감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공개할 때는 엄청난 배짱이 필요하죠. 저에게는 그런 배짱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한 번쯤은 유명인을 모델로 그리고 싶을 겁니다. 저처럼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 모델들은 영화배우들이 되겠죠. 그림 초보일수록 보고 그릴 대상이 필요합니다. 가장 만만한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인물이 됩니다. 저도 “오드리 헵번”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영화배우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어이없는 결과도 자주 나옵니다. 대상과 비슷하지 못한 것은 이해되는데, 좀 엽기적인 인물화가 됩니다. 대상이 된 분에게 무척 미안하기도 하고, 입을 막아도 새어 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기도 합니다. 일부러 그런 그림을 그렸다면 저는 나쁜 놈입니다. 하지만 절대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이 아니에요! 믿어주세요.
또다시 영화배우 한 명을 이상하게 그렸습니다. 완성된 그림을 보자마자 이 글을 쓰기로 결심했죠. 오래전 영화 “린다 린다 린다”라는 일본 영화의 한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 장면을 그린 이유가, 일본 영화인데 대한민국 여배우가 나오기 때문이죠. 그분은 이제 세계적인 배우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그녀를 제가 어처구니없이 그렸네요. 죄송합니다. 정말 고의가 아니에요.
위의 그림이 바로 문제의 그 그림입니다. 밴드의 가운데 보컬이 그 여배우입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봐도 좀 이상한데.. 인물의 정체가 그 유명한 배우라니! 누군지 아시겠나요? 화들짝 놀라셨나요? 이해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지금까지 이해하기 어려운 저의 인물화의 역사를 좀 모아봤습니다. 혹시 그림 속 주인공들의 팬들이 계시다면 욕은 하지 마시고요. 황당함에서 나오는 폭소로 기분 전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위의 그림 주인공은 "오드리 헵번"입니다. 이 그림을 그리고 당황했던 그때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엄청 웃었던.. 분위기라도 비슷해야 하는데, 오드리 헵번이라니?!
위의 그림을 그렸을 때 뿌듯했었습니다. 배경이 들어간 그림을 나름 성공했다고 생각했었죠.
지금 보니 주인공 배우들에게 매우 미안하네요.
위의 그림, 누구인지 아시겠나요? 지금도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유명인입니다. 광고 장면이었습니다. 차마 제 입으로 정체를 밝히기가 힘드네요. 팬분들 죄송합니다. 본인 분께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위의 그림은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입니다. 여자 배우 본인과 팬 분들에게 먼저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요. 그 당시 위의 장면이 외국에서 많이 회자되었다고 하죠. 그녀가 부르던 노래는 "제시카 징글"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위의 그림에서는 아예 그림과 함께 멘트를 적었습니다. 저의 죄송스러운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네요. "마릴린 먼로" 역시 저의 그림, 단골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매번 실패하죠.
위의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른쪽 아래의 남자입니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작은 아씨들"의 리메이크 영화입니다. 그림은 출연 배우들의 모습이고요. 그러면 저 남자가 누구인지 알겠죠? 그렇습니다. 현재 가장 매력적인 남자로 언급되고 있는 "티모시 샬라메"입니다. 죄송합니다. 저 당시는 저 그림이 최선이었습니다. 여자 배우들은 또 어떻게 해명해야 하나?
위의 그림은 4월만 되면 어김없이 그리게 되는 영화 "4월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 이 영화를 못 잊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여자 주인공의 매력적인 외모도 한몫합니다. 그런데 그림 속의 모습은 매력을 느낄 수 없는 것 같네요. 정말 예쁘게 그리고 싶었는데..
위의 그림은 해명하기가 쉽지 않네요. 얼마 전 글에서도 언급된 "어벤저스, 어셈블!" 장면입니다. 단연 "캡틴 아메리카"가 가장 돋보였던 자리였죠. 그림 속 캡틴 아메리카는 전혀 돋보이지가 않는군요.
위의 그림 주인공은 전혀 감이 안 올 겁니다. 저도 기억을 더듬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제임스 딘"을 주인공으로 그린 것입니다. 제임스 딘을 마지막으로 그린 게 꽤 오래된 것 같으니 다시 그려봐야 하겠습니다. 이번에는 어떻게 그려지려나 궁금하면서도 두렵네요.
위의 그림은 언제나 저의 플레이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는 뮤지션 "리사 오노"입니다. 음.. 그녀의 노래를 좋아하는 만큼 저의 그림실력이 따라갔으면 좋겠네요. 다음에는 더 열심히 그려볼게요, 리사 오노 ~~
위의 그림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른쪽 남성입니다. 누군지 모르겠죠? 힌트는 영화 "호우시절"의 장면입니다. 너무 많이 놀라지 마시고요. 네 맞습니다. "정우성"입니다. 더 이상 해명이 불가능하네요. 사람 클로즈업 그림은 정말 어렵습니다. 대충 비례가 맞았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입니다.
사람을 그린다는 것은 매우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업입니다. 그림의 모든 요소가 사람의 인체 안에 담겨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사람의 표정을 표현하면서 그림에 감정을 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그리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죠. 특히 모두가 다 아는 누군가를 그림으로 구현한다는 것은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마세요. 저는 그 단단한 마음 가짐으로 뻔뻔함을 선택했습니다. 뻔뻔함은 그림 그리는 사람의 무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