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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Sep 18. 2023

코미디가 사라졌다.

유머는 여유의 다른 말이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지상파 채널 KBS의 "개그 콘서트"의 폐지는 가벼운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좁게는 코미디언들의 일터 중 상징적인 곳이 없어진 것이었고, 넓게는 코미디란 것의 몰락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코미디가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도 가졌지만 그 희망은 점점 작아지고 있습니다. 거의 유일하게 남은 코미디 프로인 "코미디 빅리그"의 인기도 예전 같지 않아 보이더군요. 

유머는 여유의 다른 말이다.

코미디가 사라졌다.

개그 콘서트가 절정이었던 옛날과 코미디 빅리그로 대표되는 지금의 코미디가 다른 점이 있나요? 코미디의 발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외모비하, 남녀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설정, 현재를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감각 등등 비판의 요소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비판은 옛날에도 있었습니다. 


코미디언 "심형래"의 "영구~ 없다"로 대표되는 그 시절의 코미디는 아이들이 따라 하면 안 되는 저질스러운 것으로 치부당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예민한 정치상황은 코미디 소재의 씨를 말렸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절은 왜 코미디가 인기 있었던 걸까요?


스마트폰의 등장과 유튜브, OTT의 침공이 코미디를 죽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세상이 변했다면 코미디도 어딘가에서 모습을 바꾸어 존재할만 한데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냥 코미디가 사라진 것입니다. 마치 세상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고나 할까요?! 

웃음이 사라졌습니다. 웃음과 함께 사라진 것들 중 "여유"란 것이 있습니다. 어쩌면 여유가 사라졌기에 웃음이 사라졌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여유가 없는 사람은 웃을 수 없습니다. 언제나 긴장하고,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웃을 수 있겠습니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주인공은 목숨이 위태로운 그 상황에서 유머를 지켜냅니다. 희망이 없는 세상 속에서 아들에게 유일하게 남긴 유산은 "유머"였습니다. 웃음이란 없어도 그만, 있어도 그만인 하찮은 것이 아닙니다. 세상을 구할 수 있고,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가치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길 마지막 선물. 그것이 유머입니다. 코미디가 사라졌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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