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한 장, 영화 이야기
(영화 "라 밤바"와 "영웅본색 2"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공중전화박스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잘 살펴보면 어딘가에 남아있습니다. 그곳에서 무엇을 했냐고요? 상대방 유선전화로 전화를 걸었죠. 그 당시에는 휴대폰이 없었거든요. 공중전화라는 것을 그때 영화들에서는 어떻게 보여주고 있을까요?
영화 "라 밤바"에서 주인공 "리치 밸런스"는 사랑하는 연인 "도나"를 위해 노래를 만듭니다. 그 노래를 그녀에게 처음 불러준 곳이 공중전화박스 안에서였죠.
영화 "라 밤바"는 17살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로큰롤 스타의 생애를 그리고 있습니다. 그 당시 음악영화로는 드물게 성공했던 영화였죠. 공중전화박스 안에서 전화기를 얼굴에 대고 노래를 불러주는 장면은 매우 로맨틱한 장면으로 유명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중전화박스만이 주는 낭만이었죠. 하지만 공중전화박스는 눈물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영화 "영웅본색 2"는 1편과 함께 그 시절 최고로 인기가 많았던 영화였습니다. 특히 공중전화박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장국영"의 모습은 수많은 청소년들을 오열하게 만들었었죠.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시작과 끝을 이 장면으로 채운 이유는 그만큼 그 시대를 아우르는 상징적인 장면이었기 때문입니다.
공중전화에서 연인과 통화하기 위해서는 동전을 수북이 쌓아두어야 했죠. 동전 한 개에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동전을 넣고 일정 시간 전에 통화가 빨리 끝난 사람은 다음 사람에게 돈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기도 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는 장면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에 우리는 무척 많은 것을 투자한다는 것입니다. 세월이 지난 지금, 엄청나게 바뀐 세상이지만 누군가와 대화하고픈 마음은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