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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한장이야기 Dec 29. 2023

그림 그리기 좋은 대상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어반 스케치, 또는 어반 드로잉이라고 하죠.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도 어반 드로잉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그림들에서 의외로 자주 보이는 대상들이 있습니다. 전선들이 복잡한 전봇대, 뒷골목의 가스 배관들 등이 그런 것들이지요. 전혀 예쁘지 않은 모습들인데 왜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그런 것들에 관심을 가질까요?


일상을 여행으로 만드는 그림

그림 그리기 좋은 대상


그림 그리기 가장 어려운 대상은 깨끗한 것들입니다. 먼지 하나 없이 완벽한 조명아래에서 그림자도 없는 하얀 물체는 생각만 해도 끔찍한 그림 대상입니다. 초보 그림작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제가 추구하는 것이 있다면 그림의 밀도를 올리는 것입니다. 완성작과 미완성작을 구분하는 잣대로 그림의 밀도를 점검하기도 합니다. (물론 프로 예술가들의 기준은 다르더군요.) 


전깃줄로 얽히고설킨 전봇대를 그리는 이유, 뒷골목의 복잡한 가스 배관을 그리는 이유.. 밀도가 높은 대상들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요.) 아마추어 단계에서 그림을 구성하는 좋은 방법은 밀도가 높은 지점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입니다. 그림에 강약을 만들고 밀도가 자연히 올라가며 완성도가 생기게 되는 것이죠.


아래 그림은 저희 집 베란다의 창고 모습입니다. 우리 집 장소들 중 굳이 왜, 지저분한 곳을 그리게 되었을까요? 아래 창고의 지저분한 모습은 이제 저에게는 밀도가 높은 최적의 그림 대상이 된 것입니다.

그림을 그리면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됩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달관의 눈으로 볼 수 있다고 뜬구름 잡는 소리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세상을 보는 미적 기준이 달라질 뿐이죠. 예쁘지 않은 것에 관심이 가고, 보이지 않았던 그림자를 찾게 됩니다. 밝음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어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의 뜻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게 되죠. 세상을 조금만 다르게 보아도 많은 재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글, "예쁜 얼굴이 금방 질리는 이유"라는 글에서도 예쁜 얼굴을 바라보는 관점이 그림으로 인해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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