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연의 우연의 우연의 연속

손글씨와 펜 드로잉

by 그림한장이야기

이미 작성했던 브런치글이 있습니다. "파란색 잉크"라는 제목입니다. 내용은 파란색 잉크를 샀고 그 잉크로 손글씨와 펜 드로잉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내용의 일부를 미리 인스타그램에 올렸었는데 가까운 지인이 이런 농담 섞인 의견을 제시하더군요. "정치색을 너무 드러낸 것 아니에요?" 그때는 웃어넘겼는데 글을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래글이 그 원문입니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며 읽어보겠습니다.


글을 쓸 때 무슨 색을 사용하나요? 검은색 말고 다른 색을 사용해 본 적 있나요? 밑줄을 긋는다던가 포인트를 주기 위해 다양한 색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한 페이지를 채우는 주된 색은 검은색이 주로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손글씨와 펜 드로잉

파란색 잉크


저도 만년필 잉크를 살 때 아무 생각 없이 검은색 잉크를 샀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만년필을 살 때 잉크 카트리지가 포함되는 경우가 있는데 파란색이 기본으로 동봉되더군요. 어디서 들은 거 같은데, 만년필 잉크의 기본 색이 파란색이라고 한 것 같습니다. (아닌가?) 이번에 새 잉크를 사야 해서 색깔을 파란색으로 결정했습니다.

위의 손글씨와 펜 드로잉이 새 잉크로 한 것입니다. 파란색도 여러 가지가 있죠. 제가 사용한 색은 짙은 파란 같네요. 예전 학생시절, 필기를 할 때 저는 종종 파란색 볼펜으로 필기를 했었습니다. 공책 전체를 파란색으로 채운 것이죠. 친구들이 매우 신기하게 쳐다보곤 했습니다. 사소하지만 그런 튀는 행동으로 반항도 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먼 기억일 뿐이네요.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들 중 하나가 다양한 색의 잉크를 써볼 수 있다는 것이죠. 다음에는 빨간색을 써볼까요? 아직도 빨간색으로 글을 쓴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습니다. 빨간색으로 글을 쓰는데 이름이 등장한다면 순간 멈칫할 것 같습니다. 빨간색으로 이름 쓰기는 언제쯤 거부감이 없어질까요?


기존의 검은 잉크를 못쓰게 된 이유가 있는데 잉크가 상해서(?) 불순물이 생겼습니다. 뚜껑을 잘 닫지 않아서 생긴 문제 같습니다. 끈적한 불순물이 생긴 잉크를 사용하니 만년필 닙(펜촉)이 자주 막히더군요. 새 잉크를 사용하고 나서는 별 문제가 없네요. 뚜껑을 잘 닫아야 하겠습니다.


어떤가요? 파란 잉크와 빨간 잉크를 언급하며 진행된 이야기 속에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나요? "검은색 잉크가 상해서 파란 잉크를 샀다."는 내용이 2024년 12월 3일, 그날과 얼마 전 치러진 대통령 선거를 은유한 것도 같습니다. "빨간색으로 글을 쓴다는 것에 거부감이 있습니다."라는 구절은 특정 정당을 거부하는 은유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놀라운 점은, 이 글을 쓸 때 정치적인 은유나 비유를 전혀 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진짜 파란 만년필 잉크를 구매한 사소한 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진짜 쓰던 검은색 잉크에 불순물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새 잉크를 샀는데 그 색이 우연히 파란색인 것이었죠. 우연은 계속되어서 하필 그 시기가 2025년 대통령 선거 때였던 것입니다. 대통령 유력후보를 가진 두 당의 대표 색깔이 파란색과 빨간색이었고요.


우연의 우연의 우연이 겹쳐 "파란색 잉크"란 글이 누군가에게는 정치적 편향성이 두드러진 글로 둔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선거 기간 중 "누가 빨간 옷을 입었다."라며 비난을 가하고 "누가 파란색옷을 입었다."라며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을 SNS에서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어떨 때는 누군가의 메시지에 의도가 분명한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진짜 우연이 겹치면 완전히 다른 의도로 읽히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증거가 "파란색 잉크"라는 글인 것이죠.


2024년 12월 3일의 일에 대해 저는 저의 의견을 밝혔습니다. 정말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밝힐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글들에 대해서 매우 정치적인 글이라고 말해도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인 글이라기보다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보지만요.

2024년 12월 5일 목요일 연재는 쉽니다.

우리 아빠는 잘못이 없어요.

현자는 역사에서 배우고, 바보는 경험에서 배운다.

예술가의 글

(아마 그 밖에도 몇 편이 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파란색 잉크"글은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저 파란색 잉크 샀어요~"란 글이었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