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무 살 대학생의 유럽 여행 120일 차

마지막 도시 부다페스트

by 빈카 BeanCa

카운트다운 3. 귀국까지 3일 남은 날이자, 대망의 마지막 도시인 부다페스트로 넘어가는 날이다. 오잔 비행기라서 6시 반쯤 일어나 호다닥 준비를 마치고 공항으로 향했다. 코펜하겐은 도시가 작아 공항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 게 좋은 것 같다. 20분이면 공항에 도착할 수 있어 체크인을 마치고 면세 구역으로 들어가도 2시간 정도가 남았다. 큰 공항이라서 그런지 식당도 많았다. 지금까지 가본 공항 중 가장 F&B가 잘 되어있는 것 같다. 식당 종류도 다양한데, 하나같이 퀄리티도 좋아 보였다. 아침이라 먹을게 끌리지는 않아 카운터 근처로 가서 앉아있었다.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졸려서 꾸벅꾸벅 졸았다. 그러다 비행기 보딩시간이 되어 얼레벌레 비행기에 탔고, 비행기에서도 계속 잤다. 이륙 전부터 잠을 자서 착륙하는 진동에 눈을 떴다. 꿀잠을 자고 부다페스트에 도착했다. 호텔에 가서 짐부터 맡기고 시내 구경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이라 밥부터 먹었는데, 전통 음식을 한 번은 먹어봐야지 싶어 헝가리 음식점으로 향했다. 굴라쉬랑 돼지고기 요리를 주문했다. 독일에서 비슷한 돼지고기 요리를 먹었는데, 지금까지 나의 최애 동유럽 음식이라 마지막으로 먹고 싶어서 주문해 봤다. 굴라쉬는 육개장 맛이라는 말이 있던데, 진짜 중동 향신료 맛이 느껴지는 뜨끈한 국 같아서 맛있었다. 전에 잘츠부르크에서 먹은 굴라쉬는 국물보다는 소스에 가까웠는데, 여기는 진짜 수프 같았다. 안에는 당근과 감자 그리고 고기가 들어있었는데 다 맛있었다. 돼지고기 튀김은 무난하게 맛있었는데, 살짝 느끼했지만 소스랑 같이 먹으니 그나마 괜찮았다.

배부르게 먹고 본격적인 시내 구경을 시작했다. 가장 유명한 바치거리부터 갔다. 시내를 돌아다니다 냄새에 이끌려 굴뚝빵 집에 들어갔다. 주문을 했더니 8분이 걸린다고 하셨는데, 진짜 주문 즉시 굽기 시작하는 집이라 신기했다. 체코에서 먹은 굴뚝빵도 갓 나오긴 했지만 계속 구워지다가 나온 거라면, 여기는 정말 굽기를 시작부터 해서 기대가 되었다. 체코에서는 시나몬 가루가 기본이었다면, 여기는 바닐라가 기본이라 바닐라 맛으로 골라봤다. 8분 뒤에 굴뚝빵이 나왔는데, 냄새부터가 고소하고 달달하고 김이 모락모락 났다. 한 입 먹어보니 촉촉라고 부드러우면서 겉은 살짝 바작해서 맛있었다. 시나몬 가루는 약간 향이 위주라면, 바닐라 가루는 부드러움을 극대화시켜 주는 것 같다. 따끈한 빵 위에 바닐라 가루는 극락의 맛이었다. 점심도 배부르게 먹었지만 끝없이 들어가는 맛이었다.

다음은 시내 구경의 메인 목적지인 시장이다. 산책 삼아 강변을 따라 25분 정도 걸어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은 규모가 꽤나 컸는데, 현대적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시장 구경을 좋아해 국내 여행을 가면 시장을 꼭 가보는 편인데 유럽의 시장은 특히 현대적인 것 같다. 대부분이 깔끔한 건물 안에 있고, 이 시장은 무려 2층짜리 시장이었다. 1층은 치즈나 가공 육류, 푸아그라, 과일 등을 팔고 있었고 2층은 기념품이 메인이었다. 중간중간 식당도 있었다. 우리는 밥을 먹고 와서 음식은 구경만 하고 기념품을 사러 2층으로 갔다. 언니는 자석을, 나는 엽서를 골랐다. 일장 금액 이하는 현금만 받는 가게가 대부분이라 못 사는 건가 했는데 다행히 남은 유로를 탈탈 털어 계산할 수 있었다. 헝가리는 유로 사용 국가들 사이에 있어서 그런지 자국 화폐가 있는데도 유로 사용이 꽤 많은 것 같아 신기했다. 도착 첫날부터 기념품을 클리어하고 기장에서 나와 세체니 다리로 향했다.

세체니 다리는 헝가리의 메인 다리 중 하나로, 부다 지역과 페스트 지역을 잇는 최초의 다리라고 한다. 야경이 아름다워 유명하기도 한데, 우리는 다뉴브 강의 전경을 보고 싶어서 미리 가봤다. 가서 사진도 찍고 벤치에서 잠깐 쉬다가 다리도 한 번 건너갔다 오니 해가 지기 시작했다. 붉은 태양이 구름 뒤에 가려져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붉은색으로 물들어가는 하늘이 아음다웠다.

호텔로 돌아가기 전 마트에 들러 간식을 샀다. 야경투어가 늦게 끝나 야식을 미리 골랐는데, 살라미와 토카이 와인, 월넛 치즈, 과자, 물 등 다양하게 골랐다. 호텔로 돌아가 간단하게 밥을 먹고 야경투어로 향했다.

마지막 도시인만큼 사진을 찍어 주시는 야경투어로 골랐다. 첫 장소인 대성당부터 사진을 찍어주셨다. 사진이 메인이지만 중간중간 장소마다 설명도 해 주셔서 좋았다. 성당 설명이 끝나고 음료도 한잔씩 사주셨는데, 내 사랑 핫초코를 골랐다. 카페에서 잠깐 쉬면서 다른 분들이랑 얘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겨울 성수기가 끝나가서인지 다들 부다페스트가 마지막 도시이고 그전에 동유럽 또는 유럽을 여기저기 여행하다 오셨다. 휴가에 맞춰 오신 직장인 두 분과 퇴사하시고 혼자 여행 오신 분이 계셨는데, 서로서로 사진 찍을 때 옆에서 핸드폰으로 찍어 주시고 짐도 서로 맡아주려고 하시고 사진 찍힐 때 칭찬도 마구마구 해주셔서 감사했다. 부다페스트는 국회의사당 야경이 메인인 만큼 국회의사당의 야경을 다양한 장소에서 보고 찍었다. 중간에 세체니 다리 등의 명소도 구경했지만 국회의사당의 비중이 80% 이상이었다. 국회의사당 건너에서도 보고 앞에서도 보고 가까이서 멀리서 언덕 아래서 언덕 위에서 원 없이 구경할 수 있었다. 부다페스트 야경이 유명한데 유명한 이유가 있었다. 낮이랑은 차원이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사실 주변에 풍경은 그렇게 특별하지 않은데, 국회의사당만 혼자 아름답게 있어서 환상 같기도 했다. 눈뜨면 사라져 주변에 평범한 풍경이 될 것만 같은 신기루 같았다.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사진도 정말 많이 찍었는데, 하나같이 잘 나와서 마지막 도시인게 아쉽지 않았다.

3시간 정도에 투어를 마치고 나니 배가 고팠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앞에 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전기구이 통닭 같은 치킨집이 있었다. 시간이 늦기도 하고 호텔에도 간식이 많아 처음에는 지나쳤다가 냄새와 비주얼이 이끌려 다시 사러 나갔다. 그렇게 치킨 반마리를 포장해 오고 마트에서 사 온 간식과 함께 야식 타임이 시작되었다. 토카이 와인과 야무진 안주와 함께하는 시간이라 행복했다. 안주가 맛있어서인지 술이 끝도 없이 들어갔고. 반만 마시려고 했던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다. 그리고 나는 반쯤 취해 기절하듯 잠에 들었다. 이제 이틀 남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