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빈카 BeanCa Oct 12.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3일 차

적응, 그리고 새로운 만남

 오늘의 가장 큰 과제는 집 정리를 마무리하는 것이었다. 크게는 마트와 woolworth라는 잡화점에 가면 되는 일정인데, 두 군데만 가기에는 시간이 많이 비어서 오전에는 시내 관광을 떠나기로 했다. 설렘 때문인지 시차 때문인지 7시에 눈이 떠져서 오늘의 일정에 대해서 계획을 시작했다. 사실 일정은 어젯밤에 대략적으로 세워놔서 이동 방법이랑 구매리스트 정도만 찾아봤다. 원래는 프로베 반카드라는 쇼통패스를 구매해 25%의 할인을 받고 교통수단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독일의 교통비가 예상보다 비싸서 49유로 티켓이라는 한 달 무제한 교통 패스를 급하게 구매했다. 그러고는 엄마와 전화하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요거트도 먹고 화장도 하고 짐도 챙겨서 집을 나섰다. 뮌헨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마리엔 광장으로 향했다. 독일에서의 첫 지하철이었다. 티켓 방법이 복잡하다, 티켓 검사를 엄하게 한다는 소문에 잔뜩 긴장해서 탑승을 했다. 하지만 나는 무제한 탑승권이 있어서 그런지 그냥 타고 내리면 끝이었다. 주변에 신시청이나 대성당도 여유롭게 구경했다. 여기서 혼자 여행하는 것의 재미를 많이 느꼈다. 가고 싶은 장소가 생기면 슥 가보고, 쉬고 싶으면 잠깐 앉아있고 오래 머물고 싶은 장소는 오래 머무는 자유로움이 좋았다. 계획을 내 마음대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도! 신 시청이 멋있어서 오래 바라보고, 대성당은 약간 걸어가야 있어서 원래 갈 계획이 없었는데 구경하러 가보았다. 마리엔 광장은 뮌헨의 중심가라서 그런지 주변의 건물들도 더 무게감이 느껴지고, 분위기가 고풍스러웠다.

 자유로운 구경을 마치고 향한 곳은 빅투알리엔 마켓이다. 200년 된 시장이라고 들어서 꼭 구경을 가보고 싶었는데 마침 집에 과일이 사고 싶어서 구경도 하고 과일도 사러 갔다. 우리나라의 정신없는 시장을 생각하고 갔는데, 평일 오전이라서 그런지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다. 그리고 생각보다 다양한 품목이 있지는 않고 와인과 맥주를 비롯한 술, 고기와 소세지의 정육점, 채소와 과일을 파는 농산물 가게, 각종 소스류를 파는 가게가 주를 이뤘다. 나는 과일만 노리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납작 복숭아가 먹고 싶었기에 원하는 가게를 찾는 것은 쉬웠다. 남작복숭아 3개와 그냥 복숭아 2개 총 9유로의 과일을 구매했다. 과일을 구매하고 더 돌아보려고 했지만 생각보다 적은 품목과 추운 날씨로 인해 계획의 수정이 필요했다. 근처에 있는 카페를 갈지 시장 안에 천막처럼 있는 카페를 갈지 고민하다가 특색 있는 시장 내의 카페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서 따뜻한 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보니 풍경이 아름다웠다. 앞에 놓인 보라색 꽃 화분, 여유롭게 산책하는 사람들 그리고 청명한 하늘까지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그림 같았다. 그렇게 카페에서 여유도 즐기고 점심 메뉴도 찾아보고 만족스럽게 카페를 나섰다.

 고심 끝에 고른 식당은 Augustiner Klosterwirt였다. 아우구스티너는 뮌헨의 6대 양조장 중 하나인데, 처음 밖에서 먹는 식당인 만큼 유명한 식당을 가고 싶고, 맛있는 맥주도 마셔보고 싶어서 양조장으로 골랐다. 가서는 Augustiner Hell from the wooden barrel이라는 대표 생맥주와 Munich white sausage, 그리고 프레첼 하나를 주문했다. 대형 비어홀이라 그런지 음식은 빨리 나왔다. 맥주부터 한 모금 마셔봤더니 역시 맥주의 나라 독일다운 맛이었다. 시원한데 깔끔하게 넘어가고 청량감도 느껴져서 정말 맛있었다. 화이트 소세지는 특이하게 쪄서 나왔다. 물에 동동 떠서 나온 비주얼에 처음은 조금 당황했다. 사실 냄새도 약간 이상해서 뭐지..? 싶었다. 이 화이트 소세지는 특이하게 껍질을 벗겨서 먹어야 되는데, 한 입 먹어보니 인생 소세지였다. 삶아서 그런지 담백하고 다양한 재료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맛이었다. 소세지의 익힘 정도도 타이트하게 맛있었다. 그리고 머스터드라고 큰 통을 주셔서 접시에 덜어봤는데, 색이 이상했다. 약간 껍질까지 넣고 만든 수제 사과잼의 색깔이라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먹어보니 소세지의 나라는 소스까지 진심이구나! 가 많이 느껴졌다. 칼로 잘리지 않아 손으로 먹어야 되는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으로 먹은 프레첼도 짭짤하게 맛있었다.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먹고 나선 곳은 아시안마트였다. 고아시아라는 곳인데, 유명한 체인인 것 같다. 여기저기 구경했는데, 아시안마트라서 그런지 태국 일본 중국 한국 등등 다양한 나라의 제품이 있어서 신기했다. 그리고 외국인들도 많았는데, 신라면을 사가는 외국인을 보고 왜인지 모르게 뿌듯하기도 했다. 떡볶이 밀키트도 있고 라면도 우리나라에서는 보지 못한 김치 신라면, 닭고기 신라면, 김치 불닭과 같은 라면을 봐서 신기했다. 라면과 불고기 양념, 쌈장 그리고 김을 사서 귀가했다.

 오후에는 어제 마트에서 만난 언니랑 생필품 쇼핑을 하러 가기로 했다.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서,, 걱정과 긴장을 했지만 귀여운 언니였다. 지하철을 타고 근처 쇼핑센터로 향했다. 어제 이불을 사러 간 woolworth라는 곳에 가서 주방제품을 찾아봤다. 친구가 놀러 올 것 같아서 그릇, 접시, 컵을 2개씩 사고 뒤집개와 국자, 음식용 가위, 프라이팬, 냄비 그리고 욕실화까지 사서 풍족하게 귀가했다. 귀가하자마자 식용유와 빨래세제, 소금과 후추를 사기 위해 마트 에데카에 다시 갔다. 물 2병까지 양손 무겁게 돌아왔다가 언니랑 밥을 먹으러 다시 나갔다.

 밥을 먹으러 TAKUMI라는 라멘집에 갔다. 쌀쌀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메뉴였다. 매운 미소라멘과 fuze tea를 주문해서 먹었다. 쌀쌀한 날씨의 독일에 와서 처음 먹은 국물 요리는 감동적이었다. 토핑으로 튀긴 연근, 거대한 청경채(청경채가 even 하게 잘 익었다.), 계란 그리고 닭고기가 올라갔다. 면은 우리나라 라멘집 면이 아닌 미국 라멘집 면(조금 더 두껍고 구불구불한 면)이 들어갔는데 맛있었다. 맛있게 먹고 근처 에데카(이 정도면 또데카..)에 가서 식초도 하나 사서 귀가했다.

 오늘의 마지막 할 일은 주방용품 세척이다. 연마제와 중금속을 제거해야 된다는 얘기를 듣고 유튜브랑 네이버에 검색해서 식용유와 주방세제, 그리고 식초로 깨끗하게 닦았다. 전시되어 있던 접시들과 집게, 국자 그리고 가위도 깨끗하게 씻었다. 씻고 끓이고를 반복하다 보니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세척을 완료하고 피곤해서 잠깐 널브러져 있다가 샤워를 하고 잠에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2일 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