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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14.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36일 차

Day 7 in Italy, Florence. 아씨씨부터 피렌체까지

 아씨씨는 신기한 도시이다. 6시가 넘어가면 길에 사람이 없어지지만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 유럽에서도 12시 넘어 혼자 다녀도 괜찮은, 오히려 수녀님께서 나서서 산책을 추천해 주시는 도시이다. 마을이 크지 않아 하루면 다 볼 것 같지만 계속 있고 싶어 지고, 또 오고 싶어지는 곳이다. 오늘 하루는 아침 7시에 시작되었다. 일어나 준비를 하고 짐도 싸서 8시에 식당으로 향했다. 준비된 빵과 버터, 잼, 쿠키 그리고 커피를 마셨다. 빵은 부드럽고 달달한 빵과 바삭하고 담백한 빵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나는 담백한 빵을 골라 버터에 발라 먹었다. 커피 머신이 무려 2대나 있고 메뉴도 많았는데, 따뜻한 라떼를 마세고 싶어 라떼 마키아토를 골랐다. 우유 대신 우유 파우더가 들어간 커피라 그런지 약간의 달달함이 있었는데, 과하지 않고 에스프레소랑 잘 어울려 아침에 행복을 주는 맛이었다. 쿠키도 하나 먹었는데 비스켓 같았고, 오늘 특별식으로 과일이 있어 시원한 배를 한 입 먹었더니 한국의 배랑은 다르지만 달달한 맛이 완벽한 후식이었다.

  그렇게 배부른 식사를 마치고 향한 곳은 성당이다. 어제의 신성한 느낌이 좋아 아침에 가서 잠깐 앉아있고 싶어서 짧은 산책에 나섰다. 그렇게 밖으로 나갔는데, 아침의 아씨씨는 더 신비로웠다. 안개가 자욱했는데 무섭지 않고 이 성스러운 동네의 분위기를 더욱더 고조시켰다. 어제는 아름다운 들판과 마을이 보였던 계단 틈새도 안개로 가득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늘 위에 있는 마을에 온 것만 같았다. 성당 근처에도 안개가 가득했는데, 말 그대로 holy 하게 느껴졌다. 안타깝게도 성당이 문을 열지 않아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이 마을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삶을 살아가면서 정말 힘든 순간이 오면 이 마을로 훌쩍 떠나고 싶다. 일주일 지내면서 마을 산책 다니고, 방에서 쉬고, 맛있는 거 먹고, 수녀님과 대화하다 보면 근심걱정, 그동안의 피로가 모두 사라질 것만 같다. 비록 무교이지만 그렇게 마음속으로 하나의 다짐을 했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에게 큰 어려움이 오면 여기로 데려와야겠다. 여기서 같이 있어줘야겠다.

 지금의 나는 어려움이나 근심 걱정이 없어 하루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떠났다. 기차 시간까지 1시간 정도가 남아서 맥도날드에서 이탈리아에만 있다는 피스타치오 맥플러리를 먹어봤다. 아이스크림 위에 피스타치오 스프레드가 가득 올려져 나오는데, 달달했지만 맥플러리의 진한 우유맛과 피스타치오가 잘 어울렸다.

 2시간 29분을 달려 마지막 도시 피렌체에 도착했다. 로마에서 만난 언니들이 입을 모아 피렌체를 칭찬해 기대가 많이 되었다. 피렌체에 도착하자마자 로마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조금 더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짐을 먼저 풀어놓으려고 민박집에 갔는데, 체크인 30분 전인데 짐만 두고 나가라고 하셔서 민박집 앞 벤치에서 30분 기다리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체크인을 하려는데 계속 들어오시는 분을 맞이하고 나가시는 분을 배웅하시느라 시간이 지연되어 중간에 약속 때문에 먼저 나갔다.

 동행 언니와 중앙 시장에 가기로 했다. 점심 겸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유명한 곱창버거와 오징어 튀김은 문을 닫아 다른 가게에서 두 메뉴를 주문하고, 아란치니를 먹어보고 싶어서 하나를 같이 주문했다. 맥주까지 마시고 주문해서 한 입 먹어보니 정말 맛있었다. 우리나라의 오징어 튀김보다는 유럽의 깔라마리와 비슷했고, 새우튀김도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아란치니는 신기한 맛이었다. 생각보다 튀김옷이 두꺼웠고, 소스 없이 밥이 많아서 예상과 달랐다. 마지막 곱창버거는 곱창의 맛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하게 고기와 비슷한 맛이 났고, 모양도 곱창처럼 생기지 않았다. 근데 정말 빵과 곱창뿐이라 프레쉬한 것은 부족했다.

 그렇게 야무지게 먹고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야경 투어를 하러 갔다. 동행 언니랑 같이 얘기를 하다가 역사와 도시에 관한 설명을 듣고 보는 도시는 확실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신청하게 되었다. 두오모, 조토의 종탑, 우피치 미술관, 베키오 다리 등을 거쳐 미켈란젤로 언덕까지 가는 코스였다. 두오모 앞에 있는 세례당도 있었는데 세례당에 있는 문의 설명을 자세하게 들으니 신기하기도 하고 역시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몰랐을 사실을 알게 되어 피렌체와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그 후에 우피치 미술관과 시뇨리아 광장을 지나가면서 메디치 가문에 관한 설명을 들었을 때는 감탄만 나왔다. 이 위대한 역사도 신기하고, 작품들의 섬세함도 신기했다. 조토의 조각상에서 지도가 2층까지만 있는데 그게 조토가 2층까지만 지어서 그렇다는 얘기도 신기했다. 메디치 가문이 후원한 천재들의 이야기도 하나씩 해주셨는데, 이 위대한 천재들이 모두 피렌체에서 태어나 메디치의 후원을 받았다는 것도, 이 재능을 알아본 메디치 가문도 신기했다. 그렇게 보는 풍경도, 듣는 설명도 모든 게 감탄의 연속이었던 투어의 마지막은 미켈란젤로 언덕이었다. 선택 일정이었지만 이 기회가 아니면 올라가기 힘들 것 같아 열심히 올라갔다. 다 같이 올라가니 그렇게 힘들지도 않았고, 가는 길에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면서 걸어가서 마냥 행복했다. 미켈란젤로 언덕의 야경까지 구경하고 다시 45분 정도 걸어 숙소에 도착했다. 피렌체의 숙소도 민박집이라 같은 방에 계시는 분들이랑 짧게 얘기도 하고 글도 쓰고 잠에 들려고 한다.

별 가득했던 하늘

 오늘 오후에 도착했지만, 이 도시와 사랑에 빠진 것 같다. 늦게 다녀도 위험한 느낌이 크게 없고, 모든 풍경이 아름답고, 배경과 역사까지 감탄을 자아내는 이 도시는 정말이지 부족함이 없는 완벽한 도시인 것 같다. 그렇게 행복한 첫날이 끝났다. 사실 내일은 쇼핑을 하는 날이라서 피렌체를 많이 느끼지는 못할 것 같지만 알찬 하루를 보내보려고 한다.      

<오늘의 지출>

18.9 10.5 19.4

식비 13유로

우피치 오디오 가이드 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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