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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Oct 14.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5일 차

소소한 일상, 그러나 소소해서 아쉬웠던 하루

 오늘은 아침부터 빨래를 해야 되는 날이다. 어제 사람을 너무 많이 만나서 그런지, 술을 많이 마셔서 그런지, 축제라는 시끄러운 장소에 가서 그런지 피곤함이 MAX를 찍었다. 여행 책도 읽고, 스위스 여행 계획도 알아보려고 그랬지만 10시 반에 기절해서 9시에 일어났다. 오늘은 빨래를 도전하기로 한 날이기 때문에 빨래를 주섬주섬 챙겨서 나갔다. 어제 집에 들어오는 길에 빨래하는 건물의 위치를 파악했기 때문에 가볍게 나가려고 했는데 비가 꽤 많이 왔다. 지금까지 가벼운 비는 왔어도 이렇게 본격적인 비는 처음이라 당황도 했고, 내 옷 이외에도 원래 있던 담요까지 한 번 빨래를 돌리려고 하니까 짐이 많아서 가기가 힘들었다. 낑낑대며 빨래를 맡기고는 집에 들러 세제를 두고 마트로 향했다. 마트에서 점심으로 해먹을 파스타 재료인 면과 바질페스토, 곁들여 먹을 부라타 치즈와 소세지, 그리고 언니가 추천해 준 주스 하나도 샀다. 신기하파스타 소스는 신기하게 바질페스토+페퍼론치노 맛이 있어서 사봤다. 장을 보면서 일본에서 온 교환학생 언니랑 친해져서 인따(인스타 따기)도 당하고? 세탁이 끝난 옷과 담요도 가지고 귀가했다.

 나는 사실 한 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그래서 요리도 복숭아를 먼저 잘라서 복숭아 부라타치즈를 완성해 놓고, 소세지를 구우면서 파스타면을 삶았다. 파스타면을 다 삶고는 소세지를 굽던 프라이팬으로 옮겨서 소스도 넣고 면수도 넣어서 완성했다. 유튜브도 보고 여행책도 읽다가 설거지하고 준비해서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서 간 곳은 BMW 벨트이다. BMW 박물관을 갈까 하다가 차에 큰 관심이 없으니까 벨트 먼저 가보자! 해서 BMW 차들이 전시된 벨트에 갔다. 가서 구경하고 있는데 갑자기 집주인한테 입금이 잘못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사실 처음에도 페이팔로 보냈는데 friend and family 기능으로 보내지 않아 페이팔에서 수수료를 떼어갔고, 그래서 900유로를 보내도 실제 수령액이 850유로 정도 되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으로 N26의 예약 기능을 사용했는데 또 보내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구석에 앉아서 하다가 인터넷이 느려져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꽤나 오랜 시간 뒤에 문제를 해결하고, 올림피아 쇼핑센터로 향했다.

 올림피아 쇼핑센터에 간 가장 큰 이유는 목도리였다. 날씨가 추워져서 방한용품인 목도리가 꼭 필요했다. 들어가자마자 NewYorker라는 곳이 싼 가격으로 옷이 많아 보이고, 사람도 많아 보여서 들어갔다. 거기서 옷도 조금 구경하고 신발도 구경하다가 마음에 드는 목도리를 10유로(9.9유로!!)에 사서 나머지 구경을 하러 떠났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법을 먹어야지 싶어서 아시안 누들을 파는 식당에 갔다. 11유로에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양은 너무 많아서 남겼지만, 구운 채소와 면을 먹는 게 맛있었다. 아시안 누들 이외에도 비싸지 않은 식당이 많아서 한 번씩 가서 먹으면 좋을 것 같다. 그러고는 쇼핑센터 내의 에데카에 가서 사과랑 에너지바, 퓨즈티를 사고 젤라또도 하나 사서 먹으면서 귀가했다. 귀가해서는 샤워하고 여행 책 조금 읽다가 잠에 들려고 한다.

 아직 시차 적응을 못한 건지, 약간 지친 건지 모르겠는데 일찍 피곤한 것 같다. 막상 나가면 신나게 잘 돌아다니는데 집에 있으면 나가기도 귀찮고 졸리다. 오늘은 특히 비가 오고 우중충해서 그런지 그게 더 심했던 것 같다. 아니면 내가 유난히 까다로울 수도 있다.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에 대한 강박이 아직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아직 모르겠다. 일단 내일부터는 계획을 확실하게 세워서 아침부터 나가봐야겠다.      

<오늘의 소비>

에데카(장보기) 27.17

외식 15

목도리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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