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지만 자유로운 하루
어느덧 일주일이 되었다. 그동안 적응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려고 노력도 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계획은 2가지가 있었다. 날씨가 좋으면 궁전을 구경하고 영국정원에 가려고 그랬는데, 어제에 이어 비가 와서 실내 장소인 박물관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비가 와서 그런지(사실 핑계이지만..) 나가기가 귀찮았는데 그래도 열심히 뽈뽈뽈 독일 박물관으로 향했다. 박물관으로 걸어가는 길에 배가 갑자기 고파져서 아침 먹을 장소를 찾아보던 중 크고 맛있어 보이는 빵집이 있어서 들어갔다. 알고 보니 Ratschiller’s라는 체인 베이커리였는데, 샌드위치가 맛있어 보여서 모짜렐라 토마토 샌드위치로 주문했다. 사실 햄이 들어간 무난한 샌드위치를 먹으려다가 가볍고 상큼한 게 먹고 싶어서 주문했는데, 대성공이었다. 모짜렐라가 가득 들어있었고, 바질소스가 향긋하게 잘 어울렸으며 토마토도 싱싱해서 잘 어울렸다. 배가 불렀지만 너무 맛있어서 계속.. 먹었다... 야무진 아침을 먹고는 박물관으로 향했다.
독일의 박물관 중에서 과학, 기술이 전시되어 있는 국립 독일 박물관이다. 사실 내가 가도 되는 곳인가 싶었다. 이런 과학 박물관을 마지막으로 간 기억이 10년 전인데 낯설기도 했는데 이런 해외가 아니면 가볼 일이 없을 것 같고, 비가 와서 실내 일정이 좋을 것 같아서 가보기로 했다. 4층? 5층 정도 되는 거대한 건물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항공 전시부터 다리, 건강, 자동차, 모터, 우주, 악기, 렌즈 등 각 분야별로 전시관이 구분되어 있었다. 확실히 아이들이 많았고, 가족단위 방문객이 많아서 보기만 해도 흐뭇해졌다. 그런데 아침에 빵을 너무 배부르게 먹었는지 혈당 스파이크 때문에 계속 졸렸다. 그래서 중간 정도에 10분 앉아서 쉬었다가 다시 구경을 했다. 오늘 느낀 점은 확실히 배가 부르니까 움직임이 약간 둔해지고 쉽게 졸려지는 것 같다. 내일부터는 낮에는 배고프게 다니고 저녁을 일찍 배부르게 먹기로 해야겠다. 이렇게 배고프게 다니는 게 몸도 가벼워지고 하루의 생활에 집중도 잘되면 습관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박물관은 정말 구경하기 좋았다. 간단하게 체험할 곳도 많았고, 분야 자체가 굉장히 다양해서 심심하지 않게 계속 구경할 수 있었다. 가장 재밌었던 것은 악기 분야였다. 평소 악기에 큰 지식은 없었지만, 설명과 악기의 음을 직접 듣는 것도 재밌고 새로운 악기가 많아서 구경하는 것도 재밌었다.
박물관 구경을 3시간 반 정도하고 나와서 우리나라의 올리브영과 같은 dm에 갔다. 전에 집주인의 냄새가 집에서 심하게 나서.. 탈취제를 사러 향했다. 방향제 하나와 페브리즈(여기서도 페브리즈가 가장 좋은가보다..) 하나를 사서 옆에 있던 오리엔탈 마켓이라는 아시안마트에 갔다. 전에 고아시아도 가봐서 구경하고 비교도 해볼 겸 갔는데, 중국 식료품점 특유의 냄새가 나고, 생각보다 한국 음식이 많이 없어서 빈 손으로 나왔다. 만족스럽게 집 주변으로 와서 에데카에서 돼지고기와 아라비아따 소스, 그리고 맥주 한 캔을 사서 집으로 향했다. 저녁 메뉴를 고민하다가 전에 사놓은 까르보불닭에 삼겹살을 먹기로 했다. 오늘도 동시에 요리를 해서 맛있게 먹었다. 먹고는 설거지도 하고 책도 읽고 샤워도 하고 일기도 쓰고 있다.
오늘 하루동안 계획을 여러 번 수정했다. 아침을 먹을 생각이 없었는데 배가 고픈 상태로 우연히 들어간 집의 샌드위치가 맛있었다. 그리고 박물관을 보는 중간에도 졸리면 쉬고 재밌으면 오래 보고! 원래 밖에서 저녁을 먹을까 싶기도 했는데 쇼핑 후 집에서 만들어먹기로 바꾸기도 했다. 혼자 여행의 단점도 물론 많다. 얘기하거나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외롭기도 하고, 혼자 모든 짐과 나 자신을 봐야 되니까 항상 긴장 상태로 주의해야 되기도 한다. 그래도 혼자 여행만의 장점을 오늘 많이 느꼈다. ‘자유’ 그게 가장 크다. 내일도 미술관에 가보려고 했는데 혼자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싶다.
<오늘의 지출>
외식_빵_4.1유로
독일박물관 입장권_15유로
장보기_9.22유로
dm_9.2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