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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Nov 29.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51일 차

Day 4 in Austria. 오랜 로망이었던 도시, 잘츠부르크

 어제는 몸 컨디션이 살짝 별로라서 이곳저곳 돌아다니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오늘은 어제 아쉬웠던 만큼 더 열심히 돌아다녔다. 비엔나에서 잘츠부르크로 넘어가는 날이라서 아침 일찍부터 준비를 했다. 11시 기차와 7시 기차 중에 고민하다 7시 기차를 선택해서 5시 반에 일어났다. 씻고 준비하고 짐도 싸서 6시 15분쯤 집을 나섰다. 숙소를 중앙역 근처로 잡아서 걸어가는데 10분 정도 걸렸다. 걸어가서 아침으로 먹을 빵도 하나 사고, 기차에 탔다.

 캐리어 도난이 가끔 일어난다고 해서 추가 요금을 내고 짐 보관함 옆자리로 좌석을 지정했다. 생각보다 자리도 넓고 짐 보관함도 괜찮아 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너무 일찍 일어난 나머지 두 시간을 자고 일어나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모짜렐라 토마토 샌드위치인 줄 알았는데, 계란 토마토 샌드위치라서 맛은 없었지만 조금씩 먹었다. 그렇게 3시간 가까이를 달려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이번에도 역 근처에 호텔을 잡아놔서 짐을 맡겨놓고 길을 나섰다.

 잘츠부르크는 프라하, 그리고 비엔나와도 다른 분위기이다. 예쁜 유럽의 시골 마을 같은 분위기였다. 조금 더 차분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였다. 다른 유럽 도시와 달리 지붕이 검은색이었는데, 붉은 지붕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여기도 시내가 작아서 걸어 관광하기 좋았다. 아직 크리스마스의 북적북적한 분위기가 많이 나지는 않아서 연말에 한 번 더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츠부르크에서는 잘츠부르크 시티 카드를 많이 사용한다고 해서 우리도 역에서 카드를 샀다. (꿀팁 : OBB 앱에서 사면 2.8유로 정도가 절약됨!!) 처음으로 향한 곳은 호엔잘츠부르크 성이다.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성 중 하나이고, 잘츠부르크의 전경을 볼 수 있다고 그래서 첫 코스로 선택했다. 잘츠부르크 시티 카드를 이용해 푸니쿨라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가 밖에 나가는 순간 탄성이 터져 나왔다.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그리고 그 사이를 흐르는 강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눈이 행복해졌다. 그리고 성도 생각보다 커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구경했다. 핀을 모으고 있어서 여기서 핀도 하나 사고 다시 내려왔다.

 다음으로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을 한 번쯤을 먹고 싶어서 주변에 평점이 좋은 식당으로 갔다. 굴라쉬랑 슈니첼 중에 고민하다가 굴라쉬와 돼지고기를 주문했다. 나는 스프일 줄 알았는데, 스프보다는 고기와 소스에 가까웠다. 파스타도 같이 나왔는데, 소스와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돼지고기도 촉촉해서 맛있었는데, 굴라쉬랑 맛이 비슷했다. 나는 맛있게 먹었는데, 엄마는 느끼했는지 많이 못 먹었다.

 오스트리아의 맛을 야무지게 체험하고 나와서 향한 곳은 잘츠부르크 대성당이다. 엄마는 성당 구경을 좋아해 추가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고, 나는 주변 마켓을 구경하면서 다음 계획을 보고 있었다. 그러고는 성 페터 교회로 갔다. 주변에 있어서 일정에 넣어 본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넓고 내부도 화려해서 재밌게 봤다. 특히 안쪽 공간에 식당 같은 곳이 있었는데 나무와 골드로 예쁘게 꾸며놔서 안에서 엄마랑 무알콜 펀치를 주문해 분위기를 즐겼다. 유럽은 어디를 가도 크리스마스 장식을 예쁘게 해 놓는 것 같다. 분위기도 컨셉도 다 다른데 하나같이 특색 있고 예뻐서 어디를 가도 기분이 좋아진다. 펀치도 알코올 없이 마셨는데 사과주스 맛인데 끝에 살짝 술 향이 나는 게 맛있었다.

 다음으로는 모차르트 생가에 갔다. 오디오 가이드와 함께 들으면 노래도 들을 수 있고, 모차르트의 생애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급하게 친구들이랑 얘기하고 정해야되는게 있어서 구경에 집중하지는 못했지만, 노래와 설명을 들으며 전시관을 보니 신기했다. 마지막 전시관에 계시던 직원 분은 한국인이셨는데, 갑자기 모차르트의 노래 전곡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을 아냐고 물어보셨다. 그러더니 모차르트의 노래는 작곡된 순서에 따라 K+숫자의 조합으로 번호가 붙여진다고 한다. 유튜브에 이 조합으로 검색하면 나온다고 알려주셔서 이것저것 같이 찾아보고 홀린 듯이 듣다 보니 어느새 어떤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기에 이르렀는데, 그 유튜브 채널의 주인이셨다. 모차르트 소개와 함께 자연스러운 유튜브 구독까지 이어져 약간 당황했지만 재밌었다.

 모차르트 생가에서 나와 게트라이데 거리로 향했다. 이런저런 가게가 있는 거리인데, 거리랑 가게가 예뻐서 하나씩 구경하며 걸어가니 재밌었다. 구시가지의 구경은 끝이 나서 다리를 건너 신시가지로 향했다. 다리 위에서 보는 구시가지의 풍경도 예뻐서 사진도 찍고 한참을 바라보다가 모차르트의 집으로 향했다. 생가랑 집이랑 차이가 있나 싶었는데, 생가에서 태어나 자라서 나중에 집으로 이사를 갔다고 한다. 생가를 이미 보고 와서 집은 패스하고 대망의 미라벨 정원으로 향했다.

 어릴 때 가장 좋아한 영화가 사운드 오브 뮤직이었다. 그래서 살면서 가장 많이 본 영화 또한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그래서 살면서 미라벨 정원은 꼭 와보고 싶었는데, 겨울에 오게 되어서 조금 아쉬웠다. 풍성하고 푸른 식물은 없었지만, 분위기가 예쁘고 영화의 장면이 새록새록 생각나서 좋았다. 그리고 정원에서 바라보면 호엔잘츠부르크 성까지 한눈에 들어와서 사진도 많이 남겼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야경 감상인데, 해가 지기까지 30분 정도 남아서 카페에 들렀다. 찾아놓은 카페는 구글 평점이 높은 카페이다. 커피가 맛있다는 평이 많던데, 날이 쌀쌀해서 엄마랑 오랜만에 핫초코를 주문했다. 추운 겨울날 마시는 뜨거운 코코아는 겨울 낭만 그 자체였다. 엄마랑 수다도 떨면서 30분 정도 몸을 녹이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야경을 보러 갔다.

 마지막 야경을 보러 묀히스베르크 미술관으로 올라갔다. 엘리베이터를 차고 위로 올라갔는데, 구시가지와 신시가지의 중간인 강 근처에 있어서 잘츠부르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낮에도 예뻤지만 밤에는 더 아름다웠다. 신시가지는 건물에 불빛이 화려해서 예뻤고, 구시가지의 성은 황홀했다. 어디를 봐도 아름다워서 30분 동안 멍하니 구경했다. 날이 쌀쌀해서 내려와 호텔로 향했다.

 주변 마트에서 샐러드랑 살라미랑 치즈, 그리고 사과를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라면 하나를 끓이고 그동안 전자레인지가 없어서 먹지 못한 팥죽도 돌려서 맛있는 저녁을 먹으며 오늘 하루가 끝이 났다. 씻고 글도 쓰면 이제 내일을 위해 잘 시간이다. 내일은 할슈타트 당일 투어에 간다. 날씨가 좋지 않아 걱정도 되지만 아름다운 할슈타트라니 기대도 된다.

 사실 잘츠부르크는 나도 엄마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먼저 가본 지인들이 추천을 안 하기도 했고, 비엔나 시티 투어의 가이드님도 추천을 안 하셔서 뮌헨으로 가기 전의 경유지 정도로 생각했다. 막상 와서 하루 구경하니 도시 풍경도 아름답고 볼 것도 많아서 행복하게 구경했다. 예상치 못한 행운을 만난 기분이라 더 행복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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