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s Kim Dec 11. 2019

2. 직장 생활은 버티는 게 답일까.

   대학교 졸업 후 바로 시작한 사회생활은 벌써 근 10년째지만, 늘 처음처럼 어렵다. 시간이 쌓인다고 더 잘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내 루틴을 붕괴시키는 변수가 너무 많은 탓일 것이다. 으레 회사라는 조직은 겉으로는 같은 목적을 위해 모인 사람들이 있으니 크게 어려울 것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한 명 한 명 뜯어보았을 때, 모두의 목적은 다 제 각각이다. 애초에 개인의 목적이 서로 다른데, 겉으로는 회사의 이익이라는 공통의 목적만이 강조되니 더 잡음이 이는 걸 수도 있다.


   회사 생활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건 누구나 공감하듯이 사람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하는 이전투구 속에서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모두에게 적과 동지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란 결코 쉽지 않다. 나는 감정이 결여된 사이코가 아니라 되려 보통 사람보다도 감정이 예민한 사람이니 더 힘들 수밖에.


   사회생활 초년 때를 생각하면 사수가 제일 힘든 사람이었다. 원체 성향이 권위주의적이기도 했고 나를 길들여놓겠다는 의지가 대단했던 사람이었다. 의미 없는 야근은 필수였던 것 같다. 매일 울면서도 버텼던 건, 자존심 때문이었다. 최소한 1년은 버텨보겠다는 나만의 고집이 있었다.


   1-2년 정도 지났을 때는 팀 내 상사들이 모두 무서웠다. 팀 내 서열 싸움에서 내가 억울하게 새우 등 터지는 날도 많았고, 강압적이고 수직적인 상사들의 성향에 나는 늘 웅크린 채 눈치 보기 바빴다. 그 무렵부터 이직 자리를 참 열심히도 알아봤던 것 같다. 매일 저녁 퇴근하고 입사지원서라도 쓰지 않으면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무작정 나가서 백수가 되기에 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던 탓에 나는 꾸역꾸역 내 자리를 지키고 그 순간을 버텼다.


   버틸 때는 고역 같았던 시간은 무심하게도 빠르게 흘렀고, 20대 중반의 신입사원은 30대의 대리 과장으로 승진도 했다. 이직에 대한 열망은 솟구쳤다가 좌절되기를 반복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 빠르게 흐른 시간은 약이면서도 독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상사들은 일부 떠났고 그들에게서 해방된 나는 잠시 달라진 삶을 꿈꾸기도 했지만 새로운 상사들은 그만의 새로운 방식으로 또다시 나를 극단으로 몰아갔다.


   설상가상으로 연차가 쌓이면서 받게 된 후배들은 90년대생이라는 그들만의 사고방식으로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굴었다. 후배들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처음에는 오히려 나를 반성했다. 내가 강요받던 조직의 구습을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게 아닌가, 내가 젊은 꼰대인가. 하지만 반성은 나만 했다. 상사도 그랬지만 후배들 또한 나를 배려하거나 이해해주지는 않았다. 회사에서의 삶은 언제나 나 혼자만의 고군분투였다.


   처음으로 받아서 미우나 고우나 멱살 잡고 끌고 왔지만, 기대를 끝없이 저버리다 결국 퇴사로 내 뒤통수를 때린 후배를 계기로 요새 내 회사 생활은 솔직히 최악의 상황이다. 무책임한 상사들과 대들다 못해 뒤통수를 치고 떠나는 후배들까지. 고집이나 자존심으로 버틴 지난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지는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퇴사를 고민 중이다.


   계속 이 회사에 남을지, 용기 내서 새로운 길로 떠날지 아직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는 못했다.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었다면 10년 가까이 머뭇대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은 참기만 하는 게 미덕은 아니라는 건 잘 안다. 버티는 게 이기는 게 아니라, 행복한 게 이기는 거라는 걸 깨닫는 게 너무 오래 걸렸지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1. 둘째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