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이 아니다.
다행인지 아닌지 내 눈으로 직접 본 건 아니고, 런던 근교에 사는 A가 전해준 이야기다.
남매를 집 근처 초등학교에 보내는데, 사람들로 붐비는 등교 시간에 학부모끼리 싸움이 붙은 적 있다고 한다. 아무리 막돼먹은 부모라 하더라도 아이를 안전하게 등하교시킬 의무가 있는 영국에서 말이다.
칼부림까지 난 건 아니니 위험하다 할 수는 없지만 두 어른이 머리 붙들고 싸우는 동안 이들의 아이는 어떻게 되느냐 말이다. 또한, 이 광경을 지켜보는 주변의 다른 아이는 어떻게 되느냐 말이다. 아직 학교 다닐 나이도 아닌데 형, 누나를 따라온 동생은...
어찌나 크게 소리를 질러대는지 두 여자가 한 남자를 두고 치정에 얽힌 싸움을 한다는 걸 주변에 있던 사람이 다 알아차릴 정도였다고 한다. 여자와 동거하다가 아이까지 낳게 한 남자가 아이 엄마를 버리고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렸는데 하필 같은 동네 주민이요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학부형이었던 것이다.
지하철을 한 정거장 빨리 내리는 바람에 제법 긴 시간 동안 걸으며 A 집을 찾아온 터라 주변을 찬찬히 훑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동네가 조용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데다 상가와 편의시설까지 잘 갖추고 있었다. 살기 좋은 동네라고 내가 부러워했더니 아이 학교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소한 일로 인해 학부모끼리 말다툼을 하고, 주차 문제로 시비가 벌어진다고 한다. 두 여자가 육탄전을 벌인 것도 그런 일상 중 하나인 셈이다.
과연 그런 동네에 있는 학교에서 아이가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무엇보다, 내 아들이 다니는 학교 주변에 그런 말썽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에 안도했다.
가족과 함께 영국에 오는 사람이라면 아이의 학교를 고를 때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영국에서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부모가 직접 고를 수 있다. 통학 가능한 거리를 지나치게 벗어나는 곳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집 근처와 주변 동네까지 아이에게 적합하다 싶은 학교를 최대 3곳까지 정해 1, 2, 3지망으로 신청하면 된다.
자녀의 학교를 직접 고른다고 하니 이 얼마나 좋은 제도인가, 하며 반기는 이도 있겠지만 이런 제도 때문에 학교 수준이 달라지니 부모로서 고심할 수밖에 없다.
예상 가능한 일이겠지만, 모든 아이에게 1지망 학교가 배정되는 건 아니다. 누구나 평판이 좋은 학교를 1지망으로 선택하려 하니, 1지망 학교 대신 2지망 혹은 3지망 학교가 배정될 수 있다.
1지망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라면
-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를 신청한 학생
- 형제자매가 이미 다니고 있는 학교를 신청한 학생
- 장애 등의 이유로 특별 대우를 받아야 하는 학생
이다.
내 아들의 경우 위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음에도 1지망 학교를 배정받은 적도 있고 3개 학교 중 하나도 배정받지 못한 적도 있다. 그러니 너무 실망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욕심을 부려서도 안 된다.
고국에서라면 주변에 사는 이웃이나 친구, 친척으로부터 학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지만 영국에 처음 오는 사람은 이런 정보를 구하기 힘들다. 이럴 때 참조할 만한 웹사이트 2개를 아래에 소개하겠다.
↑ 이미지를 클릭해도 웹사이트로 연결되지 않으니, 사진 밑 웹사이트 주소를 활용하자.
두 웹사이트 모두 엇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학교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내용이 제법 복잡하니 웹사이트에 들어가 헤맬 각오를 해야 한다. 웹사이트를 다년간 이용했던 나도 이제는 생소하게 다가 올 정도다. 최근 몇 년간 이용하지 않다가 이번 글을 쓰면서 다시 들어가 보니 웹사이트 구조가 완전히 변경되어서다.
집 우편번호를 입력하면 근처에 있는 학교를 검색해 주는데 자신이 정착한 지역에 어떤 학교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면 이 단계에서 시작하면 된다. 이미 학교를 안다면 학교 이름을 곧바로 입력하면 된다. 학교 정보가 담긴 페이지에서 자세한 내용을 검토한 뒤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 된다.
눈여겨 볼만한 정보라고 하면
- Primary School * (초등학교, 5-11세)의 경우 Reading, Writing, Maths 평가 결과
- Secondary School (중등학교, 11-16세)의 경우 GCSE 시험 결과
- Sixth Form College (대학준비반, 16-18세)의 경우 A-level 시험 결과
이렇게 있다.
* 참고로 영국의 초등학교는 Primary School (5-11세)처럼 7개 학년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학교도 있고 Infant School (4-7세)과 Junior School (7-11세)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학교도 있다. 학년별 교육 내용은 동일하다.
GCSE와 A-level 모두 각 학교의 졸업시험으로 상급 학교 진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생의 성적만으로 학교를 비교하는 건 학교에 대한 판단 기준으로 완벽하다 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다닐 학교가 전국 평균보다 떨어진다면 그 원인은 분명 학교와 학교 주변 분위기에 있다 할 수 있으니 해당 자료를 눈여겨볼 필요는 있다. 잦은 이사 때문에 아들의 초등학교를 두 번이나 바꾸고, 학교 공개 행사도 여럿 다니며 깨달은 점이기도 하다.
위 기준 점수에서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다른 평가 요소까지 고려하여 신청한다면 원하는 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다.
아들이 초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을 때였다.
중등학교 공개 행사가 집중적으로 열리는 시기이기에 또래 자녀를 둔 친구들끼리 이런 메시지를 수시로 주고받았다.
각 학교마다 예비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공개 행사를 개최하여 학교를 소개한다. 학교 웹사이트에서 행사 일정을 공지하므로 이를 확인한 뒤 미리 참석을 신청해 둘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앞서 소개한 학교 비교 웹사이트보다 이 공개 행사가 학교 결정에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본다. 이미 웹사이트를 통해 여러 학교를 비교해 본 후 후보를 골라 놓은 상태에서 공개 행사에 참석하는 방식이기에, '웹사이트 정보 검색'과 '공개 행사 참가'가 별개의 과정이라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대부분 연중 한 차례 밖에 없는 행사이기에 영국에 처음 오는 사람의 경우 참석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런 경우, 학교에 연락해 개별 방문을 요청해도 된다.
초등학교를 방문한다면, 학교 관계자가 보여주는 학교 시설과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만 보고 돌아가지 말고, 학교가 파할 무렵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까지 관찰해 보자.
주차를 하면서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의 통행에 무신경한 사람은 없는지...
아이를 난폭하게 다루는 사람은 없는지...
주변 사람에게 무례하게 구는 사람은 없는지...
멱살을 잡거나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사람은 없는지...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 하지 않는가. 내 아이가 다닐 학교에 이런 문제 부모의 자녀가 다니는 걸 상상하기 싫다면 되도록 이런 학교는 피하자.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정보 검색과 방문을 통해 학교를 고르자.
커버 이미지: Photo by Arthur Krijgsman on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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