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영어 4
책을 읽다가 한 번씩 끔쩍 끔쩍 놀랄 때가 있다.
평소 스릴러를 즐겨 읽는 편인데, 이런 책의 묘미는 극의 전개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데 있지 않은가. 한창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에서 내가 이야기 속 주인공이라도 된 양 숨죽이고 글에 몰두하는데 엉뚱한 표현이 튀어나왔다.
질문해도 되냐는 말에 총으로 쏴버리라니.
안 그래도 어찌 될지 모르는 극 전개가 아예 삼천포로 빠지고 만다. 내용 해석을 잘못한 건 내 잘못이다만, 상황에 따라서는 엉뚱한 해석이 얼추 문맥과 맞을 때도 있다. 그만큼 긴장되는 상황이었으니.
저자 본인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책 내용을 100% 이해한다 자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모르는 단어가 간혹 등장해도 문맥으로 파악할 수 있기에 독서를 이어갈 수 있다. 하지만, 방금 읽은 내용이 이해가 안 되어 이전으로 돌아가 다시 읽어야 할 때도 있고, 그럼에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표현도 있다.
앞서 내가 오해한 장면으로 돌아가자.
원문
A: Can I ask you one question?
B: Sure, fire away.
제대로 해석한 내용
A: 질문 하나 해도 되겠소?
B: 물론이죠, 물어보시오.
* 사격 개시
* 말해봐, 물어봐 (비격식)
영국의 방송 진행자인 리처드 오스먼의 첫 소설 <The Thursday Murder Club>에 나오는 대화다.
실버타운에 거주하는 노인들이 범죄를 해결하는 과정을 담은 독특한 시각의 범죄 스릴러이자 영국식 코미디다. 적절한 긴장감과 유머 요소가 곳곳에 있다. 어디에서 웃음이 터질지 또 언제 잔인함이 배어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다. 그런 상황에 Fire away라는 표현이 나왔으니 엉뚱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다.
노래에도 Fire away가 나온다. 나일 호란이 부른 노래를 들어보자.
슬픔에 잠겨있으면서도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상대에게 터놓고 말해보라고 한다. 말 그대로 Fire away다. 노래와 가사가 함께 실린 동영상도 더 아래에 있지만, 라이브 공연을 좋아한다면 바로 아래 영상을 먼저 열어보자.
이번에는 크리스 스테이플턴의 Fire away다. 이 노래는 Fire의 이중적 의미를 활용한다. '할 말 있으면 해 보라'를 총으로 쏴버리라고 표현했다. 무슨 말을 해도 안 두려우니 할 말 있으면 총을 쏘듯 내뱉으라는 말이겠지.
커버 이미지: Photo by Tsvetoslav Hristov on Unsplash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