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심지가 곧은 인간을 망치는 지름길이야

by 스위트피

앞서 밝히지만 연애 경험이 무수히 많은 인간은 아니다.

어디가서 나 연애좀 해봤어, 이런 말을 하기엔 내 연애 경험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치만 누구나 본인의 경험은 특별하고 고귀한것이므로 나는 내 지난 사랑과 시간을 잘난 체 하는 인간이다.


첫번째 사랑을 끝맺음하고 깨달은게 있다. 관계에서 오는 안도감이다.

모든것이 내편이고, 내세상이고, 일이 너무 잘풀리던 시절엔 실패라는 것은 내사전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직감적으로 이 연애가 끝날것임을 알았을 시점엔 거대한 공포감이 몰려왔다. 아 나는 곧 실패할거야.

와- 드디어 내인생에서 실패라는걸 경험하는구나.

내 세상이고, 온전히 내 편이었던 존재가 나를 등지고 그 누구보다 나를 아프게 할 수 있구나, 너무나 두렵다. 하는 공포감.


그렇게 공포감에 벌벌 떨다가 정말로 연애가 끝나고, 사랑이 끝났을 때 나는 안도했다.

사랑엔 실패가 없구나. 그저 끝날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나는 해방감 같은것을 느꼈다.


그때 느낀 해방감과 안도감이 어찌나 크던지, 나는 실연의 아픔도 꽤나 유쾌하게 보냈다.


사랑을 하면 상대방을 내 세상으로 끌여들이는게 아니다.

내 세상의 절반과 상대의 세상 절반을 아주 긴밀하게 공유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칫하다가는 중심을 못잡고 떨어지고 만다. 상대방의 세상으로.


그렇게 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다가 상대방의 세상 떨어지게 되면 그 세상은 심지가 곧은 내 세상을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여즉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던 내 심지는 아주아주 두껍고 커다란 모양새였는데, 어느날 상대방의 세상에 다녀오고 나면 형편없는 모양이 됐다. 그리고 연애가 끝날 무렵엔 너덜너덜해진 모습으로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이제는 그 형태를 알 수 없는, 심지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저 위태로운 막대기 하나가 놓여있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지고, 누군가에게 온종일 내 이야기를 떠들고 싶고, 누군가의 체온을 느끼고 싶어하고, 혼자서의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덜렁거리는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심지가 곧은 인간일수록 그 양상은 더 깊어진다.

내 심지를 온전히 그 사람의 세상에 두고 오기 때문이다.

두꺼운 심지를 가진 인간일수록 몸의 큰 비중을 덜컹 꺼내어 상대의 세상에 두고 오는 것이니, 몸이 얼마나 텅텅 비겠는가.


첫연애가 끝나고 내 몸은 텅텅 비어버린 채 더이상은 내 소중한 심지를 상대방의 세상에 두고 오는 가오는 없으리라 다짐했다.


그게 얼마나 바보같고 멍청한 생각인지 그때는 몰랐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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