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우울한가
우울해서 생크림 케익을 샀다.
시원한 카페에서 생크림 케익을 먹으며 불행함을 느낀다. (물론 나는 항상 춥다) 우울감을 느낄 상황이 전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오늘도 이 우울이 어디에서 왔는지 찾고 원인을 밝혀 그것을 미워하려고 하다가 문득 그것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답답하고 우울한 생각을 곱씹고 후회하고 원망만 계속되면 그다음 생각이 전혀 나지 않는다.
뭐라도 해보려 카페에 왔는데 한동안 뭘 해야 할지 손에 잡히지 않아 그저 멍하니 핸드폰만 바라봤다.
우울함이라는 뻘에 갇혀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우울함이 생크림 케익이면 좀 사라질까 하여 생크림 케익을 사서 먹었다. 당이 도니 머리가 좀 돌아가는 건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제 들었던 강의가 생각난다.
힘듦에서 벗어날 방법은 좋은 생각을 하는 것뿐.
내가 원하는 생각에만 집중하기.
안 좋은 생각은 안 좋은 상황을 끌어당긴다.
끌어당김의 법칙.
안 좋은 생각에 먹이를 계속 주어 커지게 하지 말고 좋은 생각, 원하는 생각에만 집중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그 문제가 발생한 원인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내가 크고 빵빵해지면 된다.
원인을 찾아내봤자 이미 일어난 과거를 뒤엎을 수도 없고 나에겐 그저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밖에 없다.
졸졸 흐르는 냇가에서 커피를 쏟았다고 쏟은 커피를 도로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커피를 쏟게 된 원인, 발을 헏딛였다거나 뒤에서 누가 밀쳤다거나 뭔가 깜짝 놀랄 일로 컵을 놓쳤거나 등 원인을 밝혀내봤자 이미 커피는 쏟아져 내가 인지한 순간에는 이미 저 멀리 흘러가 사라져 있다.
그냥 내가 커피를 다시 사거나, 안 먹어도 괜찮거나. 못 먹고 버린 커피를 또 사는 게 안타깝고 망설여지지 않을 만큼 내가 넉넉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이든 시간이든 노력이든, 내가 더 여유롭고 커지면 된다. 후회와 원망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을 뿐이다.
과거에 대한 생각은 글을 쓸 때나 해야지.
이미 일어난 일을 탓하고 후회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과거란 블랙홀과 같아서 과거에 대한 생각을 계속할수록 현재의 내가 없고 과거에 머물게 된다. 과거의 블랙홀은 내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계속 붙잡고 그곳에 빠져있게 만든다. 현재의 삶, 미래의 삶도 과거로 끌어당긴다.
과거, 우울, 무기력, 힘듦….
힘들 땐 빵이나 사 먹어야지. 빵 사 먹는 걸 힘든 생각을 멈추는 스위치로 삼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