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나무궁전 Aug 16. 2024

끝없는 불만

이 불만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

불만은 끝이 없는 것 같다.

하나가 만족되면 다음 만족을 찾고, 계속 그 다음 만족을 찾는다.


계속된 불만은 이것이 어디에서 왔는지 원인을 찾고싶어 한다.

뭐때문에 내가 지금 이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불만과 불행함을 느끼게 되는거지?




회사를 다니기 전에는 돈이 없고 불안한 삶이 불만이었다.

회사를 다니자 돈이 생기고 불안함은 잠시 멈추었으나 

이내 곧 돈은 사라져갔고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삶이 불만이었다.

일을 왜 이렇게 하는지 불만이었고, 저 사람이 불만이었고, 왜 이런 곳에 다니고 있는건지 불만이었다.

회사를 나오고 잠시 행복했지만 이내 다시 돈은 사라졌고 불안한 삶이 계속되었다.


끝없는 불만으로 불행해질 때,

이 원인은 대체 무엇인지 알고싶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보았다.

그러다보니 원인은 바로 내가 태어난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괴로운데

이 괴로움을 내가 끊어내는 것도 어렵고

계속 살아가는 것도 괴롭고

어떻게 해야되나 한자리에 서서 동동거리면

이런 삶을 살게한 부모님이 원망스러워졌다.


20대에는 나는 왜 이럴까 고민했는데

30대가 되자 나는 왜 태어났는지 원망스러워졌다.


나는 예쁘지도 않고, 사회성도 떨어지고, 잘하는 것도 없고, 뭐하나 끈덕지게 열심히 하지도 않고, 툴툴거리기나 하고, 밉기나 하고, 못났다.




퇴사 후 오랜만에 집에 내려와 부모님과 같이 지내다보니

부모님은 이제 많이 늙으셨다.

못난 자식이 부모 탓을 하기엔 힘없는 노년의 부부였다.


부모 탓을 하고 싶지만 이젠 그마저도 못하고

그러면서도 부모님의 부족한 모습이 계속 보이고,

나의 못난 모습이 부모님의 모습에서 보이기도 하고,

결국 내 못난 모습은 물려받은 것이라 원망스럽고,

부모님을 원망하는 내가 못됐다 생각이 드는

양가감정에 시달리며 괴로웠다.


결혼 전 부모님과 같이 지내면서

좋은 추억도 쌓고 즐겁게 보내다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집에 있는 시간 내내 끝없는 불만으로 괴로워하다 집을 나왔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남편과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잘하는 것은 주변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몰아가는 것인가 보다.


회사 다닐 때는 상사가,

집에 있을 때는 부모님이,

결혼 후에는 남편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나마 상사나 부모님은 내가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분들이기에

속으로만 나쁘다 생각하고 겉으로는 표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남편은 전혀 어렵지 않은 사람이어서 그런지

나쁜 사람임을 그대로 표현했다.


옷을 아무대나 벗어놓고, 반찬을 뒤적거리고, 차려준 밥상을 깨작거리고...

내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는 나쁜 사람과

나쁜 사람에서 벗어나고픈 사람과의 싸움.


작은 불씨가 산 전체를 태우듯

작은 일이 큰 싸움이 되어 집안을 불태웠다.

문제는 작아보여도 나의 불만은 티끌모아 태산이 되었고

태산이 된 불만은 화력이 상당했다.



한번 불태워진 후에는 삶이 너무나 싫었다.

미움밖에 남지 않아 더이상 살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지 생각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세상을 그만 살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산이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듯

미움을 소화시키기엔 아주 많은 시간이 들었다.




소화를 시키고, 다시 미움이 쌓이고, 소화를 시키고, 뱉어내고, 미움이 쌓이고...

이 과정을 반복하며 괴로움이 삶을 끌고갔다.


맘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는 남편을 미워하며

미움을 마음 속에 쌓아가다보니

결국 내가 미움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남편보다 만만한 것은 바로 나였고,

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못나고 미웠다.

제발 내가 이 세상에서 없어지길 바랬다.

온 몸의 세포가 나를 미워했다.




예전에도 이렇게 나를 미워하다 깨달았던 것이 있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나라는 사실을 깨닫자

갑자기 내가 너무 불쌍하고 가여워졌다.

이 세상에서 아무도 내 옆에 없어도,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더라도,

나까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사랑하나.

나는 누가 사랑해주나.


그래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내가 너무 미워지더라도

나를 꼭 사랑해주자 다짐하던 때가 있었다.

그래서 올해 목표는 나를 사랑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새해를 맞이했었다.


그런데 올해가 반년을 넘어가자

이렇게도 나를 미워하고 사라지길 희망하던 해가 없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살려고 써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