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규 Oct 01.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17>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재미있지 않아요?”

 류가 얼굴을 바싹 내밀고 웃으며 말했다. 재미? 지금 이 상황이? 교실에 쓰러져 있는 교사들과 아이들을 보고 그런 말이 나오다니 녀석은 미친 게 분명하다. 

 “1학년 때 선생님은 처음 저를 보고 덜떨어진 놈이라고 하셨죠.”

 류가 이렇게 말하며 교탁 옆에 쓰러져 있는 오선생의 팔을 발로 툭툭 쳤다. 

 “오선생님 말이 맞아요. 저는 덜떨어진 놈이지요. 그래서 실수투성이고 말도 제대로 못 하고 뭐 왕따를 당해도 싼 녀석이었으니까요.”

 류는 이렇게 말하고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교실 안은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나의 정신은 기름이 다 타들어가서 꺼져가고 있는 라이터 불처럼 위태롭게 흔들거렸다. 

 “걱정 마세요. 선생님 차례는 아직 남았으니까. 그때까지…….”

 류가 씩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죽고 싶어도 절대 죽지 못할 거예요.”

 중학교 3학년 1반 교실에는 묘한 침묵만 흘렀다. 어쩌면 이 학교 전체에 살아 있는 존재란 류와 나 혼자 뿐일지도 모른다. 아니 류는 정말 살아있는 인간일까? 그가 혼자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걸 나는 믿을 수 없다. 하지만 이 끔찍하고 믿을 수 없는 일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오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저를 항상 일으켜 세웠어요. 그리고 항상 문제를 풀어보라고 했지요. 그러면 아이들은 뒤에서 시시덕거렸어요. 당연히 제가 문제를 풀지 못할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 아이들에겐 그게 재미였어요. 뭐 재미를 위해선 제 사정 따윈 별로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류가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느 순간 아주 잠시 동안 이상한 생각이 들지 뭐예요. 이 세상에 나만 재미없게 사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에요. 그래서 내가 재미있게 살려면 어떤 걸 하면 되지?라고 스스로에게 물어봤죠.”

 류가 책상에서 내려와 나에게 뚜벅뚜벅 걸어왔다. 

 “그때 누군가 머릿속에서 저에게 대답해 주었어요. 턴이 바뀌었어. 이제 네가 재미있을 차례야. 뭘 망설여? 시작해! 쇼 타임!”

 류는 내 머리를 들어 올렸다. 나는 피가 흘러내려 자꾸만 감기는 눈으로 간신히 류를 바라보았다. 나를 바라보는 녀석의 눈이 왠지 슬퍼 보였다.  

작가의 이전글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