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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Oct 06.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22>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정말 내가 못 생긴 얼굴인가?”

 깊은 바다 속, 이 백 년을 산 대왕 오징어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달빛이 빛나는 밤바다에 몰래 나와 바다에 비추인 자신의 모습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그렇게 못생겨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오징어 같이 생겼다!”라고 말할까?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물고기들도 세상에 대해 관심이 있고 인간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게 거의 없다. 이백 년 산 대왕 오징어 라면 일반 고등어나 정어리 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을 갖추고 있다. 이미 해저 광케이블에 몰래 접속해서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정보를 잡아채는 일 정도는 쉽게 할 수 있었다. 

 “오징어가 어때서? 지금껏 이백 년을 살아도 바다 동물 누구도 날 못 생겼다고 말한 적이 없어!”

 대왕 오징어는 분노와 슬픔을 동시에 느꼈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갑자기 나타나 “내 얼굴이 정말 못생겼냐?”라고 항변할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대왕 오징어는 자신의 얼굴을 매만지며 하루하루 고민이 깊어졌고 그 바람에 정말로 피부가 쪼글쪼글해질 지경이었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영감!”

 향유고래 녀석이 대왕 오징어를 찾아왔다. 이 녀석은 덩치만 믿고 백오십 살도 안 된 주제에 까부는 녀석이었다. 하지만 대왕 오징어는 일일이 버릇없는 고래 녀석에게 대거리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저리 가서 젊은것들 하고 놀아라.”

 대왕 오징어가 깊은 바다 골짜기로 내려가며 말했다. 

 “그렇게 우울해하지 말고 사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되잖아. 영감 그만 좀 쪼그라져 있으라고.”

 향유고래의 말에 대왕 오징어가 발끈했다.

 “네 말 대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면 사람들이 내 말을 듣기나 하겠냐?”

 “쯧쯧 영감탱이가 그렇게 생각이 짧아서야.”

 “뭐라고!”

  대왕 오징어가 화가 나서 열 개의 다리를 뻗었다. 하지만 향유고래는 꿈적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사람으로 변하면 될 거 아냐? 바다 생물이 나이 구십이면 누구나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 몰라? 설마 영감탱이 노망 나서 변신 능력까지 까먹은 거 아니지?”

 대왕 오징어는 열 개의 다리를 거두고 생각에 잠겼다. 왜 그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래, 사람으로 변해서 육지로 가자. 그리고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거야. 오징어가 사람으로 변하면 어떤 모습인지 알지 못하는 인간들에게 똑똑히 보여주는 거지. 오징어가 얼마나 잘생긴 동물인가를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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