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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04.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2>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레이는 타로 카드 한 장을 들어 올렸다. 관객들을 모두 숨을 죽이고 레이의 타로 카드를 바라보았다. 

“여러분에게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죽음입니다.”

레이는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테이블에 위에 놓인 작은 스탠드에 죽음 카드를 세워 놓았다. 낫을 든 죽음의 사신이 관객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이건 그냥 쇼일 뿐이야.’

머릿속으로 이렇게 되뇌었지만 수미의 심장은 그때부터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레이의 환상극장에서는 다양한 사건들이 생겼다. 어떨 땐 극장에서 커다란 수사자가 뛰쳐나오기도 했고 어떨 땐 건물 자체가 통째로 사라져 버려서 주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레이의 마술은 그냥 간단한 속임수와 손기술을 이용한 마술 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그래서 신문사와 방송사들은 레이를 21세기 나타난 진짜 마법사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레이는 항상 자신의 마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하는 건 그냥 신기한 쇼일 뿐입니다.”

그 쇼에 수미가 초대되었다. 레이의 마술쇼에는 항상 열 명의 손님들이 초대되었다. 관람료만 몇 백만 원 하는 레이의 마술쇼에 초대된다는 것은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수미같이 학교를 그만두고 일찍부터 온갖 잡일로 생계를 이어가야 할 아이들에게 레이의 마술쇼는 꿈도 꿀 수 없는 사치였다. 사실 레이의 초대장을 받았을 때 수미는 ‘초대장을 팔면 얼마나 될까?’라고 먼저 생각했다. 불행히도 초대장은 팔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수미에게는 마술쇼 초대 따윈 무시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것이 집을 위해서 더 나은 선택이었다. 그런 수미의 마음을 알고 있었는지 초대장에는 정확히 하루치 아르바이트 임금과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아르바이트 걱정하지 말고 초대에 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 마술에는 두 분의 관객이 필요합니다.”

레이가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미도 자세를 고쳐 앉고 레이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레이는 무대에서 내려가 관객석으로 가서 두 명의 남녀를 데려왔다. 한 사람은 커다란 몸집에 갈색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호리호리한 몸매에 검은 숄을 두른 젊은 여자였다. 

“두 사람은 서로 아는 분들이 아니죠?”

중년의 남자는 한껏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젊은 여자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시선을 아래로 내린 채 간단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관객들을 바라보았다.

“제가 두 사람을 무대로 부른 건 바로 오늘의 주제와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테이블 위에 세워둔 타로 카드에 불이 붙었다. 관객들이 놀라 소리를 질렀다. 죽음 카드는 순식간에 불타버려 재 조차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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