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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05.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3>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딩동댕동”

수업종이 울렸다. 하지만 아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교실엔 나 혼자만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다. 창 밖에는 눈 앞을 가릴 정도의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하염없이 함박눈을 바라보기만 했다. 

아이들이 사라진 지 일주일이 지났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사라지고 부모들과 노인들 그리고 교사들만이 세상에 남겨졌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실종된 아이들에 대한 뉴스가 보도되었지만 누구 하나 사라진 아이들을 보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하나도 오지 않더라도 교사들은 학교를 지켜야 한다.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버릇처럼 교사용 컴퓨터를 켜고 메신저로 올라온 오늘의 업무를 살펴보았다. 

“아이들 실종 7일째”

“교사 비상근무 체제 유지. 복무 감사 예정. 공무원 근무 철저 교육감 지시 사항”

오늘의 업무 내용을 보며 나는 한 숨을 내쉬었다. 세상의 아이들이 감쪽같이 사라졌는데 도대체 복무감사니 교육감 지시 사항이니 이딴 것이 뭐가 중요하단 말인가? 일주일 전 아이들에게서 온 문자를 심각하게 본 어른들이 단 한 사람이라도 있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요.”

일주일 전 은우의 문자를 받고 나는 “샘도 같이 데려가 줘라.”라고 농담을 적어 보냈다. 눈웃음을 나타내는 이모티콘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아이들은 한 날 한 시에 지구 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정말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버린 걸까? 그럼 이제 남아 있는 어른들을 무얼 해야 하지? 나는 답을 알지 못한다. 아이들에게 정답을 알려주고 “그것도 모르냐?”라고 핀잔을 했던 나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었다. 불행히도 나에게는 정답을 가르쳐주고 “그것도 모르냐?”라고 핀잔을 줄 어른이 없다. 

“김 선생님...”

옆 반 조 선생님이 교실 문을 빼꼼히 열고 얼굴을 내밀었다.

“차 한잔 하러 회의실로 모이시래요.”

조 선생님은 올해 발령받은 햇병아리 교사이다. 두 눈이 퉁퉁 부은 걸 보니 오늘도 운 것이 분명해 보였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걸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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