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에게 영어 배우는 엄마

엄마는 원어민이 되고싶다

by 곰곰

제주토박이 엄마는 요즘 영어를 배운다. 선생님은 알래스카에서 이사 온 미국인이다. 선생님 이름은 모르고 엄마는 잉글리시라고 부른다. 일주일 두 번씩 한 시간 반씩 배운다. 대사관이 후원한다는 영어독서클럽도 다녔다. 트럼프가 후원을 끊어서 없어졌다고 한다. 어디부터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르겠다. 그 힘의 크기가 세상을 가까워 보이게 한다.


엄마는 언제나 열심이다. 우리 집은 엄마 나 할머니 가 구성원이다. 엄마는 밖에서 일을 하고 할머니는 집에서 우릴 먹이고 살렸다. 내가 어릴 때도 엄마 써니는 영어 회화 수업을 갔다. 할머니가 뇌졸중으로 못 걷게 된 지 18년째다. 엄마는 할머니의 팔다리가 되었다. 엄마의 영어는 18년 전에 멈춰 있었다가 다시 앞으로 가고 있다. 엉금엉금 가는 속도에 비해 엄마의 마음은 토끼다. 본인의 영어를 항상 나무란다. 그럴 때마다

엄마 뭘 잘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계속하면 될 거야 를 반복한다.


나는 10년 넘게 미국에 살고 있다. 매일 영어 때문에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나는 그런 엄마에게서 나를 본다. 나는 꾸준히 내 영어가 부끄럽다. 앞의 사람이 궁금하다가도 말을 삼켰고 인사를 건네지 못했다. 그렇게 거의 7-8년을 지내다 아주 조금씩 달라졌다. 포기와 편안함은 가끔 같이 온다. 불완전한 영어를 그냥 뱉기 시작했다. 아마 나의 포기는 우아함일까. 이해는 듣는 상대의 몫으로 넘긴다. 원어민처럼 말하기 쓰기 영상이 넘쳐난다. 나는 외국인이라고 말하기를 시작했다.


엄마에게 이런 말을 해도 엄마는 여전히 원어민의 영어를 찾는다. 어느 날은 챗지피티에게 영어 에세이를 보여주고 레벨이 어떤지 물어봤단다. 중3 실력이라는 말에 반은 실망하고 반은 자랑스러워했다. 나는 아주 큰 박수를 보냈다. 토끼 같은 엄마 마음은 못 들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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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