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대화하는 법을 공부하다.

임신보다는 육아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by 향순


다음의 내용은 베스트셀러인 'How to talk so kids will listen & listen so kids will talk'(2012, Adele Faber & Elaine Mazlish)을 읽고 쓴 글입니다.



" Korea is the best country in the suicide rate. "

" What? Oh my goodness. What did you say right now? "


(자살률에 있어서는 우리 한국이 제일입니다!)

영어 배우러 들어간 어학원 수업시간에 한마디 지껄였다가 담당 외국인 선생님과 클래스 전체 국제 학생들을 웃겨서 개그여왕으로 등극했던 그 날. 나는 그렇게 자랑스럽게도 자살에 있어서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제일가는(?) 나의 조국을 표현하는 데 성공했다.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은 suicide rate(자살률)과 birth rate(출생률)에 대해 아주 심각한 분위기로 이끌어 나가려고 했었다. 그런데 혼자 심각함에 빠져서 도대체 왜들 그렇게 웃었는지도 몰랐다는 게 더 창피했던 순간.


전 세계에서 제일가는 저출산 국가. 그럼에도 정부에서 가임기 여성이 거주하는 지도까지 제작해 수많은 여성들을 아기 생산 노예(?)로 만들어 분노에 빠뜨렸던 나의 조국. 그 가임기 여성 중에 한 명인 나. 남들 다 미룬다는 결혼까지 일찍 해버려서 예상치 못하게 더 빨리 선택의 기로에 서버렸다.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누군가 출산 계획에 대해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아니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배우자랑 이야기가 된 상태이고 출산에 대해서 좀 더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는 중이다. 알다시피, 사실 언론에서 말하는 대한민국 저출산 국가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젊은 층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한 부분이 가장 컸다.


" 집값이 살인적이고, 당장 먹고 살 힘도 없는데 더 이상 저 같은 노예를 생산해내서 뭐합니까. "


그런데 나는 정말 정말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가장 크게 마음에 걸리는 것은 경제적인 것 보다도 자아 상실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컸다. 경제적인 것은 내가 어떻게든 벌어서 먹고살면 그만이니까 어떻게 보면 지지고 볶고 살다 보면 어느 정도 해결이라는 게 가능한 문제였다. 하지만 나는 이기적이다. 아직 모성애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기적인 인간이라 짜릿한 순간을 가져다주는 여행을 가지 못하는 것이 싫었고, 내 커리어를 위해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자기 계발의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것이 싫었고, 결국 온전히 나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 주인이 되지 못한다는 게 너무나 부담스러웠다. 우리 엄마는 나와 내 동생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느끼셨다고 하는데 나는 내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혹은 아이만 커가고 나는 초라하게 계속 줄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현실 육아는 육성 시뮬레이션처럼 아니다 싶으면 취소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결국 그렇게 나는 철저히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고 지루하게 설명하기도 귀찮아서 누군가 자녀 계획에 대해 물어보면 그냥 경제적인 어려움을 가장 크게 토로해왔다. (물론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도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아무튼 그랬던 내가 다시금 진지하게 출산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을 만들어서 여러 가지로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방법들을 시도하고 있다. '이런 배우자와 함께라면.'이라고 아름답게 포장하기는 했지만, 결국 자손번식의 욕구에 굴복한 걸 보면 어쩔 땐 정말 나도 동물은 동물인가 싶어 씁쓸할 때도 있었다. 나는 나 스스로를 가끔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이고 냉정하다고 생각한다. 제일 마음에 걸렸던 점은 어차피 낳아서 키울 거라면 제대로 된 사람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런데 나라는 모자란 사람은 유아 교육에 대해 이 땅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고민해본 적 없는 데다가 그냥 일방적으로 받기만 했고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결국 나 자신이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닌데 어떻게 인간을 넘어 '사람'을 만들겠다고 함부로 시작을 선언할 수 있을까 싶었다. 사람을 만드는 것에 실패할까 봐 두려워서 구매한 게 이 책이다. 도대체 낳고 나면 그렇게 그렇게 힘들어서 때로는 죽고 싶다는 '육아'란 무엇일까 하는 마음으로.



How to Talk so Kids will listen & Listen so Kids will talk (2012, Adele Faber & Elaine Mazlish)


임신 시도는커녕 임신의 증상과 전후에 주의해야 할 사항도 아직 제대로 듣도 보도 못한 주제에 집어 든 육아책. 사실은 아직도 미래 계획에 갈팡질팡하는 내 속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구매한 책이니 무슨 현실감과 흡입력이 있겠어라며 읽은 책이다. 책에는 귀중하고 깨알 같은 예시들과 함께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를 하고 어떻게 교감을 할 수 있을지, 무엇보다도 내가 제일 알고 싶었던 주제인 어떻게 하면 나 스스로가 'Asian Tiger Mom'이 되지 않도록 지켜볼지, 자녀를 독립적으로 키울 수 있는 중요한 팁들이 수록되어있었다. 내가 아이를 가진다면, 적어도 세상에는 부모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빨리 가르칠 수 있도록 독립심 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실패해도 너의 실패고 성공해도 너의 성공, 너의 인생은 엄마의 인생이 아니라는 조금은 'cool'한 관계를 정립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게 궁금했던 거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개념원리를 안 펴고 바로 하이클래스 심화반으로 넘어간 느낌이라고 해야 하려나.



[Chapter 1. 아이들이 자신들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받아들이는 것을 도와주기]


1. 주의 깊게 아이가 하는 말을 들어라.

2.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라.

(충고나 가르치려고 들지 말고 '오' '음' '그렇구나'를 말하라)

3.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정의해서(이름으로 표현해서) 아이에게 알려주어라.

4. 아이들이 원하는 소망들에 판타지를 심어주어라.

(설명이나 논리를 설명하면 안 된다)


[예시]

아이 : 선생님이 이번에 학교에서 하는 연극 취소한데. 선생님 나빠. 못됐어.

부모 : 그러게. 그렇게 리허설 많이 했다면서. 네 말대로 선생님 진짜 나쁘구나.

(나쁜 예시)


(좋은 예시)

부모 : 그것 참 실망스럽겠구나. 네가 정말 기대했었는데 말이야. (아이의 감정을 위주로 이야기)

아이 : 응. 이건 다 리허설 때 바보같이 뛰어다닌 애들 때문이야.

부모 : (조용히 듣는다.)

아이 : 선생님은 또 친구들 아무도 자기 파트를 잘 몰라서 화났었어.

부모 : 그렇구나.

아이 : 선생님이 만약 우리가 잘하면 한번 더 기회 줄 수도 있데. 나 내 파트 연습해야 되는데 나랑 같이 연습해줄 수 있어요?


[Chapter 2. 아이와 함께 도와주기]


1. 보고 있는 그 상황(문제)을 묘사하라.

" 침대 위에 젖은 수건이 올라가 있네."

2. 정보를 주어라. (충고가 아님)

" 젖은 수건이 침대에 있는 엄마 담요를 다 적시겠구나."

3. 장황한 말보다 단어 하나가 확실하다.

" oo아! 수건! "

4. 당신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설명하라.

" 엄마는 젖은 침대에서 자는 게 싫어."

5. 때로는 말보다는 메모를 남겨라.

*수건 위에

( 제발 제가 마를 수 있도록 절 좀 정리해주세요. 고마워요! 당신의 수건이.)


어른들은 아이들이 문제에 쳐해 있거나 문제를 벌인 상황에서 본능적으로 아이를 아직 아무런 판단을 할 수 없는 작은 존재로 보고 충고 또는 조언을 해주려고 한다. 또는 그게 부모의 당연한 역할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저자는 사실 이건 매우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하고 있다. 아이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하고 싶을 때 직장상사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생각해보라고 했을 때가 가장 충격적으로 와 닿았다.


"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자네가 잘되라고 하는 이야기이니까 잘 듣게. 제발 자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해서 그만 좀 제안하고 그냥 자네 일을 하게나. 나는 자네한테 일을 하라고 돈을 주는 거지 아이디어를 짜라고 돈을 주는 게 아니야. "


부모와 아이, 직장상사와 직원. 다를 바가 없었다.


[Chapter 3. 체벌을 대신하여]


1. 당신이 느끼고 있는 것을 강하게 표현하세요. 단, 자녀의 인격이 다치지 않도록 존중해야 합니다.

2. 당신이 기대하는 바를 설명하세요.

3. 자녀에게 개선하는 방법에 대해 보여주세요.

4. 선택지를 주세요.

5. 행동을 취하세요.

6. 문제 해결의 마무리


[예시]

유치원에 있는 동안 우유를 사야 하는 엄마와 혼자 남겨지기 싫어서 우는 아이.

아이 : 싫어 안돼.

부모 : 우리 oo이 슬프구나.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여기다가 우리 같이 한번 다 적어볼까?

아이 :?

-

문제 : oo는 엄마가 떠나는걸 원치 않고 엄마는 우유를 사야 한다. 유치원 끝나고 나서는 엄마가 시간이 없다. 꼭 oo이가 유치원에 있는 동안 엄마가 우유를 사야 한다.

해결방법 - 1. oo이가 유치원에 있는 동안 빨리 뛰어갔다가 온다. - 부모가 작성

2. 우유를 사지 않는다. - 아이가 제안

3. 유치원 끝나고 간다. - 아이가 제안

4.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 oo은 노래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논다. - 부모가 작성

5. oo 이는 엄마가 쇼핑하는 동안 조용히 유치원에 있는다. - 부모가 작성

6. 엄마가 딱 하나만 사고 유치원으로 뛰어온다. - 아이가 제안

7. 내일은 같이 껌을 산다. - 아이가 제안

8. 만약 내가 울고 싶으면 엄마도 울고 싶어 진다. - 아이가 제안


이 긴 리스트를 작성하고 나서 엄마는 아이에게 왜 유치원에 있는 동안에만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아이에게 다시 자세히 설명하고 우유를 사 오지 않으면 아빠가 슬퍼할 것이라는 걸 조용히 아이에게 인식시켜 주었다. 놀랍게도 아이는 조금의 떼를 쓰지 않고도 조용히 엄마를 보내주었고, 유치원에서 혼자 아주 잘 놀았다는 결과다. 이렇게 단순해 보이지만 무언가를 '쓰는 행위'의 힘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지나지 않고 아이가 엄마를 존경하게 만들 만큼 꽤 크다고 설명했다. 혹은 아이가 떼를 쓰거나 극도로 화를 낼 때 스케치북을 쥐어주고 감정을 그려보라고 하면 쉽게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한다.


[Chapter 4. 독립적인 아이로]

1. 아이들에게 선택지를 주어라.

" 회색 바지 입을래 아님 빨간 바지 입고 싶니? "

2. 바로 도와주려 하지 않고 아이의 노력에 대한 존중을 보여라.

" 그 병은 열기가 아주 힘들단다. 때론 뚜껑을 수저로 두드리면 쉽게 열 수가 있어. "

3. 너무 많은 질문은 하지 않는다.

" 어서 와라. " (아이가 다른 집에서 놀고 들어왔을 때, 파티는 재밌었니?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만약 재밌게 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재밌게 놀아야만 하는 스트레스를 강하게 줄 수 있다.)

4. 질문에 대한 답을 서두르지 마라.

" 그것 참 흥미로운 질문이구나.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

5. 희망을 함부로 빼앗지 마라.

" 그래, 우리 oo는 밖에 나가서 노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구나. 그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지. "


병뚜껑을 열지 못하거나 운동화 끈이 풀렸을 때 즉각적으로 부모는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행동에 임하는 게 기본이다. 나도 그런 모습을 많이 보아왔고 심지어 옷을 입혀주거나 양치를 대신해주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의 육아는 정말 인내의 인내를 요구한다. 무엇이든 아이가 먼저 행동하고 혼자 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신뢰하고, 아이에게 어른과 같은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며 끊임없이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곤경에 처한 '내 자식'을 누가 바로 도와주고 싶지 않겠는가. 하지만 바로 도와줬다가는 독립심을 잃어버리고 쉽게 부모에게 의존하게 되는 성향이 생긴다는 것이 이 책의 방법론이었다. 심지어 엄마가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혼자 용변을 보지 못한다는 아이도 있었으니 아이가 말하는 하나하나에 정말 신중하게 반응해야 하는 게 얼마나 많은 양의 연습과 공부를 필요로 할지 조금 무서워졌다. 또, 재밌는 예시 중의 하나는 이것이다.


남매가 장난감 하나를 가지고 자기가 타겠다고 서로 싸우고 있다. 그 장난감은 오빠가 이미 커버려서 여동생에게 물려준 장난감.(즉, 여동생의 것)


보통의 반응이라면 여기서 엄마는 오빠에게 "oo아, 네가 오빠니까 동생을 위해 양보해야지."라고 대답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잘못된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래, 너희 모두 곤란에 처했구나. (여동생)아. 너 자전거 타고 싶지. 그래. (오빠)야. 너도 자전거 타고 싶은데 (여동생)이 못 타게 하는구나. 내 생각엔 너희가 여기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점을 찾아야 할 것 같은데 둘이 잘 상의해볼 수 있겠니?"

" 제 생각엔 (여동생)이 제 뒤에 타고 제 허리를 잡으면 제가 타는 동안 같이 탈 수 있을 것 같아요. "

" 해결방법은 여동생이랑 이야기해야지 엄마가 아니란다. "


오빠는 여동생에게 본인의 의견을 이야기했고 여동생은 그것에 동의했다. 그 둘은 부모의 도움 없이도 문제를 잘 해결했고 사이좋게 둘 다 만족할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놀라우리만큼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잠재되어 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었다.


이 책은 저자 본인의 육아 경험담과 저자가 운영하는 한 육아 사교 클럽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모든 부모들의 예시를 잘 묶어서 육아법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서술한 건 아주 작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런 방법을 써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거나 벗어날 수 있는 아주 작은 오차에 대한 케이스들도 많이 보여주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나는 배운 것들을 써먹을 아이가 아직 없다는 게 흠이었지만. 한 사람의 작은 생명을 사회에서 잘 살아남을 수 있게 잘 어우러질 수 있게 키워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게 그 기회가 온다면 이 예시들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아마 그때가 된다면 지금처럼 한번 읽고 잊어버린다기보다는 계속 나 스스로 습득할 수 있도록 연습이 필요할 듯싶다. 게다가 요즘 시대는 스마트폰 문제부터 시작해서 어른도 제자리를 서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부족한 내가 내 아이를 제대로 사람이 되도록 길을 잡아줄 수 있을지. 아이 하나도 머리 빠지게 공부하면서 키워야 하는 피곤한 세상. 나는 내 아이가 서울 연고대는 가지 않더라도 따뜻한 마음 하나, 작은 행복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났으면 한다. 미래의 나야, 많이 어렵겠지만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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